‘전통의 명가’ KIA 타이거즈는 1983년 시작된 한국시리즈 ‘불패신화’를 2024년에도 이었다. 2024 시즌 87승2무55패(승률 0.613)의 성적으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거둔 KIA는 삼성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4승 1패를 거두면서 ‘챔피언’의 DNA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KIA는 2017년 이후 7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함과 동시에 구단 역사상 12번째 우승을 기록하면서 한국시리즈 왕좌를 탈환하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1987년 무등경기장에서 일군 KS 우승 이후 37년 만에 빛고을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유종의 미를 거둔 KIA의 올 시즌 성공 요인과 성과, 다음 시즌 과제까지 세 편으로 나눠 살펴봤다. <편집자주>

KIA 김선빈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최형우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최형우 /KIA 타이거즈 제공

◇프런트의 ‘탄탄한 전력 세팅’

KIA 우승은 스토브리그부터 시작됐다. 심재학 KIA 단장은 지난겨울 포수 김태군과의 다년 계약을 비롯해 김선빈, 최형우 등을 붙잡으며 올시즌 완전체 전력을 구성하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팀 전력의 핵심 외국인 선수단도 영입했다. 2년동안 KIA의 주전 타자로 나선 소크라테스와는 재계약을 진행했고 크로우와 네일을 신규 영입하며 외국인 선수를 꾸렸다.

막강 전력을 갖춘 KIA는 우승적기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힘겨운 5강 싸움을 이어오며 탄력을 받았고 전력 보강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새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리드오프-중심타선-하위타선까지 짜임새 있는 타선 구성으로 우승 후보로 거론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KIA는 부상자 속출로 인해 선수 운용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고 올 시즌부터 KBO리그가 도입한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를 2명 기용한 팀은 KIA가 유일했다.

KIA 프런트는 1선발 크로우가 5월 초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부분 손상을 받자 임시 대체 선수로 알드레드를 데려왔다. 알드레드는 9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4.53의 성적을 거뒀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우승을 노렸던 KIA는 발 빠르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36승을 거둔 라우어를 영입했다.

하지만 에이스로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던 네일이 8월말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데이비슨의 타구에 얼굴을 맞고 수술대에 올랐고 그의 빈자리를 메울 대체 외국인 선수인 스타우트를 대만에서 급히 영입했다. 스타우트는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KIA 선발진 한자리를 지키면서 네일 공백을 채우는 데 힘을 보탰다.

내부 단속도 성공적이었다. 3년 총액 30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김선빈은 정규시즌 116경기에서 타율 0.329, 139안타, 9홈런, 57타점으로 활약했다. 김선빈은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588(17타수 10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KS MVP에 올랐다.

40대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1+1년 총액 22억원에 계약한 최형우, 3년 25억원에 사인한 김태군도 모범 비FA 다년 계약사례로 남았다.

4번 지명타자를 맡은 최형우는 정규시즌 타율 0.280에 22홈런, 109타점으로 KIA의 타선을 이끌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33(15타수 5안타)과 1홈런,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우승을 결정지은 5차전에서는 추격을 알리는 솔로포를 가동해 40세 10개월 12일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까지 곁들였다. 올시즌 주전 포수로 안방을 지킨 김태군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안정감 있는 리드로 투수진을 이끌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4차전 그랜드슬램과 5차전 역전 결승타 등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시즌 내내 부상 선수의 속출에도 적절한 대처와 전력 약점을 지우는 끊임없는 KIA의 투자와 행보는 팀을 정상에 올리며 마침내 V12를 이끌었다.



◇‘V12’만들어낸 부임 1년차 이범호 감독

막강 전력을 갖춘 우승 적기를 놓칠 수 없다는 KIA의 V12대한 염원은 이범호 감독의 영입에서도 볼 수 있다.

KBO 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범호 감독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 진행된 스프링캠프 중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일본을 거친뒤 2011년 KIA에 둥지를 틀었다. 김기태 전 감독이 지휘하던 201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려 KIA의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기쁨을 누린 이범호 감독은 은퇴 후 2020년 스카우트를 거쳐 올해 초 정식감독으로 취임했다.

지도자 경력 4년차로 감독직에 뛰어든 초보 이범호 감독은 시작부터 대담했다. 부임과 동시에 ‘임기 내 우승’을 목표로 내건 이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매 경기 확실히 잡아 마지막엔 광주에서 웃겠다”고 선언하며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이범호 감독은 시즌 내내 선수들과 격의 없이 친근하게 소통하는 ‘맏형 리더십’과 함께 때로는 엄격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원팀을 구축했다.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팀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었고 선수들은 자율성 아래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 감독의 지도력은 결국 부임 첫해부터 팀을 1위에 올려놓는 쾌거를 이끌었다.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 네일, 윤영철 등 투수진의 잇단 부상에도 김도현, 황동하 등 두터운 백업 뎁스를 활용해 위기를 헤쳐나갔다. 부임 1년차 초보 감독이라는 우려를 딛고 우승 감독 타이틀을 걸게 된 이범호 감독은 내심 2년 연속 우승까지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