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 소설 속 문학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세계화와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21일 전남대학교 등에 따르면 전남대 5·18연구소는 전국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역사적 장소를 탐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배울 수 있도록 마련됐는데, 참가 접수 시작부터 전 회차가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강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비극적인 사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전일빌딩245는 ‘소년이 온다’의 역사적 배경인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던 장소이자, 도청 진압 작전에 맞서 시민군이 저항하던 곳이다.

전남대 5·18연구소는 지난 16일 방글라데시와 네팔 유학생 등 20명을 대상으로 1일차 교육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오는 23~24일 전국인 유학생 20명을 대상으로 탐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4일은 인도와 파키스탄 유학생 20명, 다음 달 20일은 전남 유학생 20명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된다.

참가 학생들은 5·18 강연을 들은 후 옛 전남도청과 옛 적십자병원, 전일빌딩245 등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장소를 해설사의 통역과 함께 둘러보게 된다.

한 유학생은 “연구실에만 있다 보니 5·18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며 “방글라데시에서도 민주화를 위한 시민 투쟁이 전개되고 있어서 5·18에 대해 더 크게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병로 5·18연구소장은 “유학생들과 함께 한강 작가의 소설 속 배경인 5·18사적지를 탐방하면서 5·18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방문에 이어 지역에서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독서 열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북구 중흥·신용·운암·일곡·양산도서관 등 구립도서관 5곳이 소장한 한강 작가의 도서 17종 122권 대부분이 대출이 완료됐고 예약 대기가 걸려 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역시 5곳 구립도서관에 구비된 18권 모두 대출됐고, 신용도서관은 4권을 추가로 구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구립도서관 책정원과 작은도서관 4곳(지산2동·학운동·지원2동·계림1동)이 소장한 한강 작가의 도서 9종 42권도 현재 대출이 완료됐다.

전남대 도서관이 소장 중인 한강 작가의 작품 17종 150여권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전량 대출된 상태로, 반환도서를 기다리는 대출 예약마저 폭주하고 있다.

광주중앙도서관에서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 등 특별 행사에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 중앙도서관 통합자료실 1층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 전시회인 ‘한강의 문장들’에는 이달 들어 2,901명의 주민이 방문했고, ‘한강, 퀴즈가 온다’ 프로그램에는 198명이 참여했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달 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 한국 작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며,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