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목표는 홈런보다는 3할 타율입니다. 더 나아가 수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데뷔 3년 차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KBO리그를 뒤흔든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자신의 재능을 국제무대에서도 과시하며 올 시즌 맹활약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지난해까지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던 김도영은 올해 주전 3루수로 나서 141경기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 출루율 0.420, 장타율 0.647을 기록하며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대기록 잔치도 벌였다. 그는 KBO리그 최초 10-10에 이어 역대 최연소 30-30과 내추럴사이클링 히트, 단일 시즌 최다 득점(143 득점)신기록, 타율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까지 완성했다. KBO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을 만든 선수는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 단 두 명뿐이다.

40홈런-40도루까지 홈런 단 2개가 모자랐던 김도영은 대기록을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시즌 막바지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사실상 정규시즌 MVP를 예약했다.

프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 중 4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활약한 김도영은 2차전에선 홈런을 터뜨리며 통합우승의 꿈을 이뤄냈다.

프리미어12에서는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김도영은 처음으로 출전한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5경기 0.412의 타율과 함께 3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타선 주축 노릇을 톡톡히 했다.

안타 7개 가운데 장타가 5개(2루타 2개·홈런 3개)로 단일 대회 기준 한국 야구대표팀 사상 가장 강력했던 3번 타자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 18일 호주와의 대회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는 3회와 4회 적시타를 때려 2타점을 올렸고, 한국이 3-2로 쫓긴 6회말 2사 1루에서는 샘 홀랜드의 3구째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날렸다. 지난 14일 쿠바전 멀티홈런(2회 만루홈런·7회 솔로홈런)에 이은 김도영의 이번 대회 3호 홈런이었다.

김도영은 장타와 해결사 능력은 물론이고, 빠른 발로 상대 내야를 뒤흔들 능력까지 갖춘 새로운 국가대표 간판타자의 면모를 선보였다.

김도영은 첫 성인대표팀 승선이었던 작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타율 0.200으로 ‘천재 타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년 사이 쑥 성장한 그는 “작년 (APBC에는) 모든 경기에서 다 못 보여줘서 만회하고 싶었다. 이번 대회는 일본전(4타수 무안타)을 제외하면 내용은 좋았다. 결과는 아쉽지만, 다음에는 꼭 팀도 함께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자신의 성장에 가속이 붙었던 점은 이범호 감독의 영향력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작년까지만 해도 내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며“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너는 주전 선수다’라고 확신을 주시면서 나를 믿어주셨다. 그 말 한마디로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올 시즌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올해 김도영은 불뿜는 방망이의 화력에 비해 리그 수비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30실책을 저지르면서 리그 최다 실책의 불명예를 기록한 김도영이었다. 그러나 프리미어12에서는 뛰어난 순발력으로 강한 타구를 여러 차례 잡아내며 수비 약점을 지워냈다.

그는 “수비 실수가 나와 폐를 끼치지 않게끔 더 집중했다”며 “타격이 안 되더라도 수비에 힘을 줬다. 모든 포커스를 두고 훈련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타격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게 더 기분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도영은 내년에도 소속팀 KIA가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올해 뿐만 아니라 충분히 내년도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정상에 오르고 싶다”며“올해도 모든 선수가 각자 할 일을 해줬다. 공백이 생겨도 잘 메워주는 팀워크가 좋았다. 원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내년 목표는 3할 타율과 수비를 꼽았다. 그는 “내년 시즌 목표는 홈런보다는 3할 타율을 기록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수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조혜원 기자

데뷔 3년차 KBO리그 정상급 타자로 우뚝 선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내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해 돌진한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첫 출전한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5경기 0.412의 타율과 함께 3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첫 출전한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5경기 0.412의 타율과 함께 3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첫 출전한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5경기 0.412의 타율과 함께 3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