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은 만정하여 산호 주렴에 비쳐들 제/ 청천의 외기러기는 월하에 높이 떠서/ 뚜루루루루루 낄록 울음을 울고 가니/ 심 황후 반겨 듣고 기러기 불러 말을 한다.' - <심청가> 중 '추월만정'의 일부.

한 편의 드라마가 시대의 유행을 만든다. 인생도 바뀐다. 실제로 '허준'이나 '대장금' 등의 드라마가 인기인 적이 있었다. 이런 드라마에 감명을 받아 한의학을 선택한 후배들이 있었다. 그 만큼 문화의 영향력은 크다. 최근 안방에 방영된 '정년이'란 드라마가 화제다. '정년'이란 이름의 목포의 소리꾼 지망생이 겪는 성장 스토리이다. 드라마의 높은 인기 덕분에 최근 판소리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국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고 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도 벌써부터 판소리에 매료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만 등장한다. 소리꾼은 창(노래), 아니리(말), 너름새(몸짓)를 섞어가며 서사를 이어간다. 창에는 자연과 인간사의 모든 소리와 현상을 표현한다. 따라서 배우기가 힘들다. 전통적인 판소리의 전수과정은 도제식이다. 목소리를 위한 수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득공을 위해 계곡이나 사찰 등에서 피나는 연습을 해야 했다. 드라마의 정년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과도한 소리 연습으로 주인공은 위기가 발생한다. 일명 '떡목'이라는 증상이다.

떡목은 소리가 갈라지고 똑똑 끊기는 현상을 표현한다. 조상들이 일상에서 실제로 쓰던 용어이다. 떡목은 성대의 손상으로 오랜 장음이나 고음을 낼 수가 없다. 소리 지르는 데에 무리가 되면 발생하기 쉽다. 목에 계속 힘을 주면서 성대에 염증과 굳은살이 생기는 것이다. 대게의 소리꾼들은 이런 떡목의 위기를 극복하여야 했다. 떡목은 현대의 성대질환의 일부다.

성대는 목구멍 안에 날개처럼 생긴 부위가 양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또한 해당부위는 점막으로 덮여있다. 지속적인 자극에 노출되면 연약한 점막 부위가 결절되어 마치 굳은살이 차듯이 변형되어 버린다. 대표적인 것은 성대결절이나 성대낭종 등이다. 이들은 성대에 작은 혹이나 물혹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목소리의 과용이나 각종 감염이나 염증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쉰 목소리, 지연 발성, 고음에서의 문제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와 더불어 목에 이물감이나 통증 및 말을 할 때 쥐어짜내듯이 소리를 내야만 하는 상태가 발생한다. 이 외에도 암이나 전신질환과 연관되어 성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성음도 오장육부의 건강상태에 의존한다. 고대의 동양의서들의 <성음편>에서 보자. 심장은 성음을 주관하는 장기다. 폐장은 성음의 출입문이다. 신장은 성음의 근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목소리가 건강하려면 심장과 폐장은 물론 신장까지 모두 튼튼해야 한다는 의미다. 흔히 성량이 풍부한 사람은 신체가 남다른 건강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가 손상되면 당황하고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사회생활에서 목소리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성대를 아끼고 건강한 목소리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

목소리만 들어도 건강이 보인다. 건강한 목소리를 위해서는 잘못된 발성이나 호흡법, 과도한 음성사용은 삼가야 한다. 특히 흡연 등은 성대에 점막을 건조하게 만든다. 차가운 물이나 음료를 삼가야 한다. 또한 과로와 불면, 스트레스 등도 성대질환을 유발한다. 만일 성대가 손상되었다면 침과 한약 등을 권한다. 특히 침 치료는 안전한 보전치료요법이다. 혀 밑에 침을 놓거나 구강 주위와 목 주위의 혈 자리를 자극하면 효과적이다. 한약으로는 염증을 진정시키고 과로로 약해진 장부를 조절하는 처방들이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박하 길경 등이 들어간 <향성파적환>이란 처방이 있다. 목이 쉬거나 아픈 인후질환에 많이 활용된다. 민간에서는 살구 씨나 도라지 및 무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연말의 망년회로 회식과 음주모임보다 문화공연을 관람해보자. 이왕이면 판소리나 국극과 같은 전통의 가락은 어떤가? 판소리의 본향이 어디던가? 호남이다. 호남을 예향이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남도의 어느 식당을 가던 벽에는 남종화 한 폭은 걸려 있었다. 어느 회식자리든 판소리 한 대목을 즉석에서 창으로 부를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호남의 예인은 다 어디에 있는가?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모친이 슬럼프에 빠진 딸인 주인공과 새벽 바닷가를 찾는다. 떡목을 이겨낸 명창이었기에 세상 사람들이 평하길 "없는 소리 '무(無)'를 부른다고"한다. 말하던 모친이 주인공에게 묻는다. '너는 빈소리를 뭣으로 채울라냐?' 주인공이 되 뭇는다. '엄니라면 뭣으로 채울라요?' '나라믄, 나라믄 눈물로 채울 건가, 한숨으로 채울 건가? 아따 해 나온가 보다!' 말하며 엄니가 창을 한 대목 부르기 시작한다, 추월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