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거대 야당의 거짓 선동 등 정당성을 주장하며 퇴진을 거부했다.

정치권에선 ‘극단적 망상’, ‘대국민 선전포고’, ‘미치광이의 내란 자백’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전국 각지에서도 즉각 탄핵을 주장하는 격앙된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은 입법 폭거를 일삼고 방탄에만 혈안돼 있는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거론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과 자진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탄핵 심판과 수사에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배경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의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며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을 ‘사회 교란으로 인한 행정 사법의 국가 기능 붕괴 상태’로 판단해 대통령으로서 통치행위로 계엄령을 발동했다는 논리다.

이는 계엄에 대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법리 다툼을 대비해 방어 논리를 미리 구축하는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또 부정 선거설을 직접 언급하진 않으면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시스템이 “엉터리”였다며 계엄 때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 등 자극적 언어로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약 29분 7,000여자 분량의 담화를 마치면서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뜨거운 충정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사과보다 계엄 정당성을 주장한 윤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되자 전국이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곧장 윤 대통령의 담화를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자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이미 탄핵을 염두에 두고 헌법재판소 변론 요지를 미리 낭독해 극우의 소요를 선동한 것”이라며 “나아가 관련자들에 증거 인멸을 공개 지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도 윤 대통령을 향해 “미쳤다”는 표현을 쓰며 즉각적인 탄핵과 체포·구속을 촉구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아직도 미쳤다. 미치광이에게 대통령직 군 통수권을 1초라도 맡길 수 없다”며 “공수처와 경찰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당장 체포하라”고 적었다.

김태년 의원은 “미치광이의 내란 자백으로, 내란 수괴가 대통령 자격으로 국민 앞에 나타나는 것 자체가 범죄이며 2차 가해”라며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 등은 당장 윤석열을 체포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친 계엄에 이은 미친 담화”(이인영 의원), “정신병 수준의 현실 인식”(정태호 의원), “극우 유튜버 광신도의 대국민 분노 유발 담화”(장경태 의원) 등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전국 각지 시민단체와 야권 정치단체,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도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131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긴급 성명을 내고 “윤석열의 담화는 무너져 내린 권력을 지키려는 마지막 발악이며 국민에 대한 전쟁 선포였다”며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있는 윤석열을 체포·구속하고, 국회의원들은 탄핵에 나서야 한다”고 규탄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을 비롯해 영남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대구참여연대는 “윤석열이 말한 그 어떤 사유도, 그 모든 사유를 다 합쳐도 결코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며 “수사기관은 즉시 윤석열을 체포하고 국회는 하루빨리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