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신계승 글짓기 대회 중등부 대상

유덕중 3학년 1반 김도은

태극기는 갈라졌다. 음과 암으로, 흑과 백으로, 위와 아래로. 진홍빛 양과 푸른빛 음의 태극은 반으로 갈라져 다른 방향을 응시한다. 대각선상에 검은 사괘는 제각각 끝을 향한다. 각기 달라 찢어진 운암들이 사각형 판위에서 단정히 뭉쳐있다. 흩어져 있어 보이면서도 결속된 것 같기도 하다.

극기의 중심에 나란히 달렸던 태극기는 이제 군복을 입은 이들의 어깨에 달린다. 대한을 지키기 위해 휘날렸던 태극기는 이제 대한민국을 지키려 내걸린다.

태극기는 묻는다. 대한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암호명 ‘폭풍’으로 시작된 남침은 그 이름처럼 잔해를 남겼다. 평범한 주말이었던 그 토요일 새벽, 잘못된 신념으로 하나가 되려던 대한은 그 무엇 하나 승리한 것이 없었다.

무사히 돌아오겠다 약속한 편지는 전해지지 못했고, 젖살도 빠지지 않은 학도병은 시신이 되어 제 어미에게 돌아왔으며, 자신 옆 동료가 죽어나가는 것을 무력괌과 죄책감 속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게 종시위를 당긴 것은 생김새가 달라서가 아니었다. 말이 통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조금 다른 군복을 입고 있을 뿐이었다. 단지 그 이유였다. 같은 땅 위에서 군복을 입지 않고 만났더라면 어쩌면 뜻깊은 사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아직까지도 우리는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총을 들고 서로를 바라본다.

피난길에서 잃어버린 이들의 얼굴은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만 간다. 잘못 밟으면 신체가 터져나갈 숲은 아직도 땅속 깊은 곳에 무언가를 담고 있다.

그리운 이들은 이름 모를 별로 떠나보냈고 남겨진 이들은 이름 있는 땅으로 떠나왔다. 두개로 갈라진 것은 단순이 영토뿐만이 아니었다. 언제 경보움이 울릴지 모르고 언제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져야 할지 모르는 이 땅에서 우리는 다시 태극기를 바라본다

태극기의 배경인 백은 순수의 민족성을, 태극문양은 붉은빛의 음과 푸른빛의 양이 조화롭게 이어짐을, 건곤감리는 태극 문양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표현한다.

이는 음과 양이 어우러지는 우주와 더불어 수없는 창조와 지속, 한민족의 이상을 의미한다. 6·25전쟁이 수많은 상처를 남긴 것은 어쩌면 통일을 자본과 힘만을 목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태극문양을 중심으로 건곤감리와 흰색바탕이 태극기를 구상하고 있는 이유는 순수와 민족성, 변화하고 발전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진정한 조화를 이룰 수 있기에 그런 마음을 우선시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억지로 맞물려진 것은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무언가 무너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칠지 우리는 이제 안다.

우리가 통이를 위해 정녕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경제적 이익도, 국가의 발전도 아닌 서로 변화하고 발전하며 사랑하는 것이다. 갈라짐을 인정하고 달라짐을 보여주는 갈라짐이 비로소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태극기가 의미하는 대한의 미래이자 진정한 통일일 것이다. 그러니 태극기에 대한의 미래가 있고, 대한의 미래는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