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교 무상교육 관련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교육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정부가 분담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14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를 했고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이 분담하도록 한 한시 규정의 기한을 기존의 2024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로 3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서 재의결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부담해 온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교육청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그동안에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를 부담했고 지자체가 5%를 부담했다.

실제 지난해 광주지역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727억 3,200만 원으로 광주교육청은 이 중 345억 6,700만 원을 투입했다.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했다. 또 전남지역 고교 무상교육비는 총 522억 8,000만 원으로 전남교육청이 251억 원을 부담했다.

그러나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광주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은 각각 381억 원, 271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시도교육청은 어떤 경우라도 고교 무상교육을 중단할 수 없는 만큼 통합 재정 안정화 기금, 보통 교부금 등을 활용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자 전교조와 광주 교사노동조합 등은 지방 교육 예산 부담을 키우고 공교육의 부실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거부권 행사는 공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 회피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주 교사노동조합은 "광주 학부모들과 함께 국회로 가서 반드시 재의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단체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과 관련한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면 시도교육청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이는 지방 교육의 황폐화, 나아가 지역 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국회에서 반드시 바로잡아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이 피해 보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