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민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보릿고개에 비견될 정도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민들은 ‘경기 한파’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소비를 줄이고 있고, 골목상권은 내수 침체에 이미 고사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 이어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이르기까지 정치·사회적 혼란이 커지면서 지역 경제는 더욱 더 얼어붙고 있다. 여기에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건설 경기마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민생 안전과 내수 진작을 이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무너지는 서민경제, 대책 없나’라는 주제로 5차례에 걸쳐 지역 경기 실태를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주



1년 중 가장 최고 대목인 ‘연말연초’, 탄핵 정국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지역경제가 악화일로에 빠졌다.

생산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활동 순환 과정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며 내수 침체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민생의 최전선에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역시 삼중고(임대료·인건비·원재료 인상)에 버틸 힘 없이 폐업 기로에 놓이며 경기 불황에 가장 큰 직격탄을 맞고 있다.

14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광주·전남지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9.1로 전월(91.1) 대비 대비 12p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등 소비자심리지수 지표도 지난달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낸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는 비상계엄에서 탄핵 가결로 이어지는 순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연말의 경우 각종 모임이 잦아지는 ‘특수 대목’이지만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연말 모임이 줄줄이 취소됐고, 이 기간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나서서 얼어붙은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송년회·신년회를 재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소비 진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여기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사회적 추모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시민들과 각 기관은 현재 각종 모임과 행사 등을 자제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연달아 일어나자 숙박·여행업계는 물론 내수시장 전반에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지역 대표 상권은 코로나19부터 이미 활력을 잃어가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광주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5.4%로 작년 같은 분기(16.4%) 대비 1%p 감소했다.

상권별로는 전남대 공실률이 35.1%로 가장 높았고, 이어 금남로·충장로 25%, 월산동지구 21.9%, 어룡동 19.2%, 상무지구 19%, 금호지구 18.6% 등 순으로 이어졌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지역 자영업은 타지역 대비 업황 회복이 부진해 폐업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광주지역 폐업공제금 수령 건수는 3,010건으로 2019년(1,880건) 대비 60.5% 증가하면서 광역시 평균(45.7%)을 상회했고, 같은 기간 전남 폐업 공제금 수령 건수는 1,380건에서 2,980건으로 115.4% 증가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역 인구 감소로 총소비 규모가 줄어들면서 자영업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 경기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광주지역 건설 수주액은 1,189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2.9%(2,020억원) 감소했고, 전남 건설 수주액은 8,535억원에서 4,515억원으로 47.1% 줄었다.

즉 소비 침체에 따라 내수 시장의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각종 경제 지표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기간까지 반영되면 체감경기가 지금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재활용품 등 수집·운반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경기 상황에 따라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된 폐지 등 재활용품 물량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며 “내수 침체로 경제 순환이 원활치 못하다보니 택배·물품 포장용 골판지부터 먹거리를 비롯한 생활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된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시민들의 소비가 줄어 구매 비중도 그만큼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며 “하루빨리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수 진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