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의 상흔이 남아 있는 광주·전남에서 ‘12·3 비상계엄’에 따른 트라우마가 다른 지역에 비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광주 북구을)이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달여 동안 최소 134명이 국가에서 지원하는 상담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받은 총 상담 건수는 264건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들 사이에선 불면과 불안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지난 3일 이후엔 ‘내란성 불면증’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등 국민들의 정신적 불안은 켜켜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학계에선 관련 스트레스가 장기화하는 경우 전문적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현재 트라우마와 관련해 상담을 지원 받을 수 있는 곳으로는 시도 및 시군구별로 설치돼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권역별 트라우마센터 등이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 현황을 보면 지난달 3일부터 24일까지 총 45명을 대상으로 합계 48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서울 11명, 부산 9명, 경기 7명, 대전 5명, 경북 4명, 광주 3명, 울산 3명, 강원 1명, 전북 1명, 제주 1명 등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내담자들의 연령대는 20대가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13명)이 그 다음이었다. 그 뒤는 30대·40대(각각 6명), 50대 5명, 20대 이하 2명 순이었다.

상담은 내원·마음 안심버스·상담부스 등 대면으로 22건, 전화 등 비대면으로 26건이 진행됐다.

광주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에서는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상담이 진행됐다. 비상계엄 선포 후 지난달 31일까지 89명이 비상계엄과 관련해 총 216건의 상담을 받았다.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 등의 국가 폭력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인정받은 사람과 그의 가족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과거 국가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의 정신적 피해가 특히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 의원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으로 국민 대다수가 불안, 두려움 등 심리문제를 호소하고 있다”며 “특히 과거 국가 폭력 사태를 경험한 국민, 계엄 현장 목격자, 상관의 부당한 지시로 계엄군이 되었던 군인 등 트라우마 발생 가능성이 높은 대상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