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찾아왔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맞는 올해 설은 여느 명절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5·18 민주화운동’ 상흔이 남아 있는 가운데 45년 만에 또 다시‘비상계엄’과 맞닥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이후 정국은 ‘헌정 사상 최초’란 문구가 매일 등장할 정도로 혼란스럽게 전개됐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 대통령의 법꾸라지 행보가 이어졌고 급기야 법원 폭동 사건이 발생했다. 2027년 3월 예정된 ‘21대 대통령선거’는 올 상반기 내에 치러질 것이 유력하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광주·전남에 크나큰 슬픔을 안긴 제주항공 참사 아픔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래저래 올해 설에는 어지러운 정국 상황과 맞물려 머리 아픈 화두가 지역민들의 밥상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역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 계엄이 선포됐는데도 불구하고 후속 조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속담처럼, 비상계엄 주요 종사자들은 되레 화를 내고 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겠느냐며 생떼를 쓰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과 탄핵 폭주로 행정이 마비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는 궤변 중의 궤변이다. 비상계엄 선포는 어떤 논리로도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총과 칼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 최초로 체포영장이 청구된 윤 대통령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거부했다. 경호처를 방패 삼아 대통령 관저에 칩거하며 공권력을 우롱했다. 이 때문에 현직 대통령으로 구속된 첫 주인공이 됐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서울서부지법은 그의 지지자들의 폭동으로 난장판이 됐다. 법원 폭동 사태 역시 헌정 사상 최초로 기록됐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중인 윤 대통령 탄핵안 심사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호는 다시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민주당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 교체’가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 시절에 지역의 해묵은 주요 현안들이 해결됐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 KTX 무안공항 경유가 확정됐고, 한전공대법과 여순사건특별법, 5·18역사왜곡처벌법 등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만약 다른 정권이었다면 지역의 주요 현안은 정부에 가로 막혔을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는 민주당 추락, 국민의힘 회복이다. 계엄선포 직후 민주당이 앞섰던 여야 지지율 격차는 좁혀졌거나, 오히려 역전되고 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염원에 민주당이 보답하려면 플랜B, 플랜C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최악으로 기록된 제주항공 참사는 지역에 상처로 남았다. 광주시와 전남도,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실규명과 유가족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에 국회는 여야 합의로 ‘12·29 항공기 참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매년 반복되는 지적이지만 체감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서민들의 지갑도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여기에 비상계엄 선포로 코로나 보다 경기가 어렵다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설을 맞아 넉넉하고 풍성한 덕담이 오가야 되는데 올해는 유난히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과 맞물려 우울한 이야기들만 나올 것 같아 안타깝다”며 “조기 대선으로 ‘정권 교체’ 희망이 지역민들에게 생겨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