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푸른 뱀의 해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 무수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한해 끝자락 예기치 않은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는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는 것과 함께 유가족들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온 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했던 전대미문의 계엄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후과를 남겼다. 국가신인도는 추락했고 경제에도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여전히 오리무중의 정국은 계속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과연 언제쯤 가능할 것인지 우려가 깊다.

이러한 초유의 계엄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다시금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 민주국가에서는 어떠한 권력도 국민의 의지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자가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참담한 일인지 모든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집회문화의 진화다. 2016년 종이컵에 초를 꽂아 1,700만 촛불집회의 역사를 만들었던 광장은 작년에 이어 2025년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형형색색의 응원봉 불빛으로 물들었다. 민중가요 대신 로제의 ‘아파트’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라는 가사는 우리의 현실과 의지를 절묘하게 대변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21세기에 분출하는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것을 넘어 국민의 삶을 온전히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바로 개헌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제7공화국에 대한 지향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지금이야말로 사회대개혁을 위한 범국민적 개헌 논의가 펼쳐져야 할때다.

어느 헌법학자의 강연장에서 한 관객의 질문이 뇌리를 강타했다. ‘개헌을 한다고 해도 결국 우리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정한 법을 그저 투표밖에 할 수 없다는 말씀이 매우 절망적입니다. 과연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가 담아낼 수 있을까요?’

그 자리에서 언급되었던 이른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통한 헌법 개정의 외국 사례를 예로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522명의 무작위 선정 국민 중 25명을 개헌심의회 멤버로 선정하여, 학생부터 농민까지 다양한 직군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 주도 개헌을 이루어냈다. 또한 아일랜드는 99명의 순수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의회를 1년간 운영하며, 온라인 생중계와 웹사이트를 통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으로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을 열었다.

이러한 크라우드소싱 개헌은 개념 그 자체로 대중의 지혜와 자원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이 시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투명한 절차로 신뢰성을 제고하며, 집단지성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집중되었던 권력을 국민들이 직접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대전환과 국민의 삶이 바뀌는 범국민적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 자살률 세계 1위, ‘헬조선’이라 자조하는 대한민국에 다시금 희망을 건설하자. 위대한 국민들이 탄핵 광장에서 ‘빛의 승리’를 이루어낸 것처럼, 2025년에는 민주주의가 더욱 빛을 발해 사회대개혁을 통한 새로운 공화국, 제7공화국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