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동태포 한 팩에 4,000원에 드릴게. 오늘처럼 몸이 힘들어도 좋으니, 날마다 명절 같으면 좋겠네요.”

설 명절은 목전에 둔 23일 오전 5일장이 선 광주 광산구 송정시장 골목 골목은 명절 제수용품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덩달아 상인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61년의 역사를 가진 송정시장은 광산구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204개 점포에서 농·축·수산물과 공산품 등을 판매한다. 매월 3일과 8일에 열리는 5일 시장과 매일 열리는 매일 시장이 같이 운영되고 있다.

이날은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해양수산부의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첫날이기도 해 설 명절과 맞물려 물건을 구매하고 온누리상품권을 환급받으려는 사람들까지 몰리면서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대상 가게 주인들은 손님들에게 오늘 34,000원 이상 구매하면 1만 원, 67,000원 이상 구매하면 2만 원의 온누리상품권을 환급해준다고 홍보했고, 시민들도 모처럼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었다.

한 상인은 “설 대목에 해수부의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까지 진행되다 보니 시민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 같다. 명절 전까지 돈 좀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활기가 도는 시장 골목길에는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5일 만에 만난 상인들의 왁자지껄한 이야기 소리와 싱싱한 생선의 비릿한 냄새, 방앗간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어우러져 ‘전통시장’만의 매력이 더해졌다. 손님들이 좌판에 놓인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가격 흥정을 벌이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송정시장 상인들은 “예전보다 손님이 줄어 ‘명절 특수’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시장이 활기를 되찾아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덤으로 좀 더 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 시장 곳곳에서는 대목 특수에 대한 기대감에 상기된 상인들이 1,000~2,000원 할인은 물론 덤까지 얹어주며 넉넉한 인심을 보여줬다.

시장을 찾은 한 시민이 “역시 명절에는 시장에 와야 제맛이다. 덤도 받고 흥정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하자 주변에 있던 한 상인이 “명절에만 시장을 찾으면 우리가 서운하다. 평소에도 덤은 기본이다. 다른 데 비해 가격도 착하다. 그러니 전통시장을 좀 더 자주 이용해 달라”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20년 넘게 송정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해 오고 있다는 김모씨(65)는 “쉴 새 없이 몰려들어도 힘든지 모르겠다. 그동안 나라가 어수선해 시장을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시장이 시장다워 너무 행복하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빨리 나라가 좀 안정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시장도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냐”며 “다행히 설 명절을 앞두고 평소보다 손님이 40~50% 이상 늘어 매출도 그만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여수상회 박성순 대표(67)도 “싱싱한 조기, 죽상어, 병어에 꼬막, 낙지, 석화까지 없는 게 없다. 송정시장은 시골 시장으로 남광주시장이나 양동시장처럼 대형 시장보다 1,000원~2,000원 정도 물건이 저렴한 게 장점이다”고 소개한 뒤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지만 송정시장에서 장 보시고 34,000원 이상 구매 영수증을 가지고 상인회에 가면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도 해주는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시장을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물가가 잡히고 나라가 안정돼야 시민들이 마음 편히 돈을 쓸 수 있지 않겠냐. 시국이 안좋은데도 저희 시장에 방문해 주신 시민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44)는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 배 등 제사상에 올라가는 과일의 인기가 많아 금방 판매가 되고 있다. 비록 한시적인 반짝 특수이겠지만 어찌됐든 명절 대목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치하시는 분들이 정말 잘 좀 했으면 좋겠다. 사실 나라꼴이 이 모양이 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것도 다 정치 때문 아니냐”며 “시장 분위기가 정말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설은 올 한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다짐하는 우리의 전통 명절이라 의미가 큰 것 같다. 다른 욕심은 없다. 우리 같은 상인들을 포함해 서민들 모두의 삶이 평안해지길 바랄 뿐이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