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 공사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주요 건설사 매출 원가율이 평균 90%를 넘어섰다고 한다. 매출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매출 원가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이 비율이 100%를 넘어서면 회사가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한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속하는 현대건설과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원가 비율(잠정)이 각각 100.6%와 104.9%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은 잠정 영업손실 1조2,209억 원으로 23년 만에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금호건설도 1,818억 원의 적자를 봤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건설부문, DL이앤씨 등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대형건설사들도 매출 원가율이 90%를 넘거나 육박했다. 동부건설과 두산건설도 90%를 넘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원가비율이 높아진 것은 코로나 19에 이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등 주요 비용이 크게 오른 때문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이 같은 공사비 부담이 당분간 더 지속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최저점을 찍을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건설사들의 체력을 약하게 할 뿐만 아니라 건설사와 발주처 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거나 소송전을 벌이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등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공사가 늦어지면 그 피해는 건설사는 물론 시민에게도 미친다. 아파트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건설사들의 하소연을 엄살로 치부할 게 아니라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건설경기 보강 대책에 총부채 원리금상환 비율(DSR)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다만, 건설업계가 줄곧 요구해온 '책임준공 확약'을 대폭 손질할 것으로 보여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책임준공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킬 때 신용이 약한 영세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건설사)가 기한 내 준공 등을 보장하는 제도로 단 하루라도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시공사가 PF 대출 전액을 인수 하는 등 과도한 부담을 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포함해 건설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주저함 없이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