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이 2018년 9월 이후 7년여 만에 지역 인사를 관장으로 맞았다. 지난 2월 17일 취임 이후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윤익 광주시립미술관장이다. 윤 관장은 지난 4년간 광주국제미술전람회 총감독을 맡아 지역 미술시장의 성장과 시민이 함께하는 미술문화축제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미술 현장과 행정을 두루 거치며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만큼 광주시립미술관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가 크다. 윤 관장은 지역 미술계에서 성장해온 만큼 광주시립미술관을 위해 쓰임을 받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광주시립미술관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이 보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비엔날레 등과 협업해 지역 미술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광주 미술 거점 역할을 하는 광주시립미술관장에 선임됐다.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지만 미술관 수장으로 시간을 보낸 소감은.
△이전에 일했던 공간에 다시 와서 기쁘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제 삶에 많은 변화를 줬다. 미술을 하고 작가의 삶을 살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길은 본인이 혼자 좋아서 하는 예술이라기보다 어떤 기능, 역할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미술관은 문화기관이면서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우리가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생각해야 될 것, 우리가 알아야 될 부분들을 예술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그 메시지를 주는 매개자들이 예술가다. 제가 작업하던 곳에서 미술관의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
-앞서 두 관장이 타 지역 출신이고 그래서 이번에는 지역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우리 지역에 작가는 많은데 미술 행정, 미술 문화 기획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광주시립미술관장을 선임하면서 광주시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9년 동안 일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떠나면서는 다시 되돌아오게 될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예전에 일했을 때를 생각하면, 소통이 잘 안됐을 때나 합이 안 맞았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 점들을 돌아보려 한다. 제가 독단적으로 한다는 것은 아니고, 제일 큰 결정권을 갖고 있고 방향을 지시하는 위치가 된 만큼 저 나름대로도 기대가 많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장의 지역 인사 발탁은 7년 만이라는데 그만큼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국내 미술관의 경우 큐레이터 출신의 전문가들이 관장을 맡는 추세다. 이전에 우리 지역은 아티스트들이 하다 보니 호불호도 있고, 공공기관으로서 미술관이 더 큰 방향을 바라봐야 하는데 애매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다른 지역처럼 전문가를 모셔오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다보니 기대도 있었는데, 앞서 타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잘못한게 아니라 호남미술의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지역과 거리가 멀어진 점이 있었고 그래서 서운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역 출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이고 제가 중책을 맡게 됐다.
-서울에서 온 사람은 지역색이 안 난다고 하고, 지역 사람에게 맡기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와서 시립미술관장은 힘든 자리가 아닐까 싶다.
△전문성은 자신 있다. 프랑스에서 10년을 유학하며 박사학위를 받았고 작가 활동도 했고 교육자로서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아트페어 등 지역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서 시쳇말로 ‘광주에서 저 모르면 간첩’이라고까지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역에서 활동을 했고, 해외의 많은 미술관, 큐레이터들과 네트워크도 갖췄다. 그럼에도 시립미술관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오래 했고 아트광주 총감독 등 지역의 미술 행사를 이끌어왔기에 적응 기간 없이 시립미술관장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등이 명확할 것 같다.
△올해 사업은 이미 정해져 있어 손을 댈 부분이 없다. 그래서 올해는 미술관의 하드웨어에 치중하고 싶다. 카페, 세미나실, 교육장 등을 리모델링하다보면 1년이 지나갈 것 같고, 그렇게 하다보면 내년 프로그램까지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4~5월엔 시민들이 중외공원을 많이 찾는다. 미술관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카페에 갈 수도 있지만 미술관 로비에 편히 앉아 쉴 수 있도록, 열린 공간,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쉽게 얘기하면 대강당을 리모델링해 세미나실 겸 자료실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현재의 세미나실과 자료실이 비게 되는데 이 공간을 동호회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미술관을 사랑하는 사람들 같은 모임이나, 도슨트들, 시민자원봉사단 등 미술관과 관계 맺는 커뮤니티들이 있는데 그분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제가 조언도 해주고 하면서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활짝 열린 공간으로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
광주시립미술관 홍보 서포터즈도 추진한다. 지역에서 미술 문화 관련 일을 하는 전공자들이 있다. 이들에게 자신들의 꿈을 키워보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시민들에게는 홍보가 될 수 있다. 지역의 청년작가들도 포함시켜서 미술관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하겠다.
미술관은 시민 때문에, 예술가 때문에 존재한다. 이분들이 미술관의 방향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제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지역의 예술가들에게 제가 해줘야 되는 일을 찾아서 할 계획이다. 지역 미술인들을 만나서 의견을 듣고, 잘못된 방향이 있다면 재검토하고 바꿔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드웨어적인 계획을 말했는데 전시 관련한 계획도 궁금하다.
△2층에 호남미술 상설전시관을 만들 계획이다. 봄에 하는 신소장품전을 내년에는 짧게 2개월정도만 하고 나머지 10개월은 언제든지 외부에서 왔을 때 호남미술을 볼 수 있는 붙박이 전시를 할 생각이다. 1층과 3층은 광주의 대표적인 네 개의 정체성, 민주·인권·평화도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비엔날레, 미디어아트창의도시를 보여주는 전시를 시기에 맞춰 보여주려 한다. 5월 관련 전시를 하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중국이나 대만, 싱가포르 등과 협약을 해서 그 나라의 좋은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특별전은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고 광주의 현대적인 미술의 힘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야외 디지털가든 조성과 연관해서 기획전도 생각중이다. 야외공원이 큰 만큼 시민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비엔날레와도 협업 하려 한다. 커뮤니티를 많이 만들려는 것은 조력자를 찾기 위한 것이다. 문화전당과 비엔날레, 미술관이 뭔가 역할을 같이하는 구조를 만들겠다.
-더불어 지역 미술계를 아우르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광주가 진짜 문화 도시가 되려면 미술관 1개로는 부족하다. 광주보다 후발주자였던 대전의 경우 두 번째 미술관을 짓고 있고 부산도 이미 현대미술관을 새로 만들었다. 유럽을 보면 근대미술관이 있고, 현대미술관이 별도로 있다. 국립, 시립, 도립 등의 느낌이다. 기업에서 이윤을 문화적인 혜택으로 환원해주는 사업도 한다. 광주가 진짜 문화도시가 되려면 대기업에서 유치하는 미술관이 있어야 한다.
지역마다 사립미술관이 있는데 장기적으로 이 미술관들이 지자체와 연결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예전의 미술관은 전시만 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교육도 하고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하는 만큼 지역민의 문화적 삶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연결돼야 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을 보고 이용하는 광주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광주의 문화예술은 생산지수가 높은 반면 소비지수는 낮다. 사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감상교육을 많이 받지 않았고 중요성도 잘 몰랐다.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전시나 공연, 문화예술을 즐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최대한 문화 소비지수를 높여주셨으면 좋겠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 것 같은데 그림 하나씩은 사면서 문화 소비지수를 높여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투자가 되면 생산지수도 높아지고 퀄리티도 높아진다. 미술관은 늘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방문해 ‘내가 미술관을 어떻게 즐겨볼까’ 생각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