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당시 포고령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았던 희생자들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용규 부장판사)는 포고 제2호 위반 사건 10건의 재심에서 모두 고인이 된 피고인 총 2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대상자들은 1948년 10월께 제14연대 소속 군인 2,000여명의 반란에 가담하거나 협조해 공중 치안·질서를 교란한 혐의로 기소됐다.

상당수는 당시 형무소에서 수감 중 또는 알 수 없는 시기와 장소에서 숨졌다.

재판부는 “적용된 포고령 제2호는 1945년 9월 7일 발표된 태평양 미국 육군 최고 지휘관 맥아더 장군의 포고로, 현재는 폐지된 상태”라며 “판결이 내려진 군법회의 당시인 1948년 12월께에는 이미 미군정이 종식됐는데도 포고령 제2호를 적용 법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고령 제2호는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면서도 추상적이어서 통상의 판단 능력을 갖춘 국민이 금지되는 행위가 뭔지 예견하기 어렵고 형벌 역시 ‘사형 또는 형벌’로 돼 있어 그 종류조차도 구체성이 없고, 가늠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는 2019년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심 개시 결정 확정 이후 여순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재심과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