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담양군수 재선거를 거머쥐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정치 혁신을 기치로 창당한 이후 첫 자치단체장을 배출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차기 지방선거에서 야권 텃밭인 광주·전남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등 당력을 총동원하고도 안방을 내주면서 지역구 위원장의 책임론 등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하게 됐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 담양군수 재선거 개표 결과, 혁신당 정철원 후보가 51.82%를 획득, 민주당 이재종 후보(48.17%)를 3.65%차로 따돌렸다. 담양군수 재선거 투표율은 사전투표(37.92%)를 포함, 61.8％로 이날 치러진 전국 5곳 기초단체장 선거 중 가장 높았다.

정 후보는 “평생 담양에서 살아온 흙수저 정치인에게 담양군민을 위해 새롭게 일할 기회를 주신데 대해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담양을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후보의 승리로 혁신당은 22대 총선을 앞둔 2024년 3월 창당 이래 첫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수감 중인 조국 전 대표의 부재 상황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정 후보의 승리는 선거 구도와 전략, 인물 경쟁력 등이 모두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혁신당은 선거운동 초반 민주당 이재종 후보의 ‘지역 연고’를 문제 삼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광주지역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력을 강점으로 내세운 이 후보에 대해 ‘낙하산’, ‘정치계절에 갑자기 나타났다’ 등의 공세를 펴며 초반 분위기를 다잡았다. 반대로 정 후보에 대해선 무소속 3선 군의원과 군의장 경력 등 풀뿌리 자치와 ‘토박이 정치론’으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또 이 후보의 재산 신고와 농지법, 유세차 운영을 둘러싼 3대 의혹 제기도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었다.

대선에서는 민주당을, 군수 선거는 혁신당을 뽑아달라는 소위 ‘대민군조’를 통해 대선 국면에서는 우군이지만 지방자치에서는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경쟁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점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민주당 유력 주자였다가 경선 과정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최화삼 담양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가세도 정 후보 신승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 이사장은 오랜 기간 담양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내며 1만5,000여 회원들의 지지를 받는 등 막강한 세를 과시하고 있고, 최 이사장의 혁신당 공개 지지 이후 선거 구도가 박빙으로 흐르는 등 판이 출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텃밭 수성에 실패한 민주당은 적지않은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민주당은 선거기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40여명에 이르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담양을 찾았고, 대전면 전차 포사격장 이전의 대선공약 포함 등 중앙발 물량공세를 폈지만 박빙의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지난해 가까스로 자리를 지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 이어 텃밭 민심이 예전같지 않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차기 지방선거 후보 공천 등을 두고 대격변이 예상된다. 또 담양을 지역구로 둔 이개호 의원 입장에선 차기 전남지사 도전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날 치러진 광양 다 선거구 재선거에서는 민주당 이돈견 후보가, 고흥 나 선거구에서는 무소속 김재열 후보가 당선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