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후 너무 힘들었는데, 탄핵 기념 할인 소식을 듣고 시원한 맥주 한잔 하러 왔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기념 특별 할인이 진행된 지난 12일 오후 북구 용봉동 통발 전대상대점은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상점 입구에는 탄핵인용, 골목상권 및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 할인행사 ‘생맥주 1,000원 할인’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지역 상권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궂은 날씨에도 할인 문구를 확인한 주민들은 하나둘씩 발걸음을 멈추고 상점가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는 가게 안에서는 웃음소리와 이야기꽃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10% 할인된 가격에 시원한 맥주를 즐기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테이블마다 안주와 맥주잔이 놓여 있었고, 곳곳에서는 손님들의 ‘건배’ 소리가 들려왔다.

김유찬 전남대학교 학생(23·여)은 “비상계엄 이후 오랜만에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며 “대통령 파면이라는 다소 특별한 기념이지만 이번 할인들 통해 지역 상인들에게는 모처럼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덩달아 기쁘다”고 말했다.

연인과 함께 가게를 찾은 박 모씨(28)는 “평소에도 즐겨 찾던 곳인데, 할인 행사까지 한다고 해서 왔다”며 “맛있는 안주와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침체된 상권에 활기가 도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덧붙였다.

양충호 통발 전대상대점 대표는 “12·3 비상계엄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져 지난해부터 골목 상권 상황이 유례없이 어려워졌다. 이번 할인 행사도 각자도생이 아닌 힘을 합쳐 하나의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에서, 탄핵이라는 이슈에 빗대어 북구 전 지역 10% 할인 행사를 기획했다”며 “실제로 할인 행사에 참여한 한 식당이 하루 30~40그릇을 팔았지만, 할인행사 이후 100그릇 이상의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할인 판매하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풀뿌리 경제이자 지역 기반 경제인 골목 상권이 무너지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상인들을 제대로 지원하는 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할인 행사가 작은 희망으로 변해 상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주점은 운영하는 이승화씨는 “원래 손님이 뜸한 편인데, 이번 할인 행사 덕분에 조금이나마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할인율이나 기간도 각 점포마다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손님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 6월 3일까지 연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IMF나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인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속에서 나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잘 되던 가게들도 작년 대비 2,000만~3,000만 원씩 매출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특별할인은 북구 지역 골목형 상점가 33곳이 소속된 상인회연합회 주도로 지난 10일부터 5일간 최소 10% 이상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직격탄를 맞았던 골목 상권에서 탄핵이 인용된 만큼 지역 경제 안정화와 내수 경제 활성화를 꾀해보자며 자발적으로 기획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