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내 딸. 엄마는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한데, 내 딸은 여전히 예쁜 학생이네. 기억으로라도 함께 해 줘 고마워. 엄마 잊으면 안돼.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아이들아, 엄마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11년이 지났는데 너무 그리워. 꿈속에서라도 다시 만나자.”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남쪽 3.3㎞ 세월호 침몰 해역.

11년 전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검은 바다 위에서 진행된 선상 추모식은 시작부터 끝까지 유가족들의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잔뜩 흐린 하늘 아래, 11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듯 녹슨 세월호 노란 부표만이 차갑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듯한 바다 위에 외로이 떠 있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애절한 노래가 흘러나오자, 그간 애써 눌러왔던 유족들의 설움은 메마른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지난해 10주기 추모식 때보다 더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와 강풍 속에서 경비함정은 위태롭게 흔들렸고, 유족들은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힘겹게 몸을 지탱했다.

참사 해역에 다다른 경비함정에서는 희생된 아이들에게 부모의 도착을 알리는 듯, 하늘을 향해 세 발의 장성이 울려 퍼졌다.

귓가를 때리는 웅장한 소리는 마치 11년 전 그날의 절규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고 침묵 속에 잠겨 있던 바다를 일순간 숙연하게 만들었다.

유족들은 하얀 국화와 안산 단원고 앞에서 가져온 갓 피어난 분홍빛 벚꽃을 바다에 던지며 못다 핀 아이들의 넋을 기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들은 마치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처럼 슬픔 속에서도 한 줄기 위로를 건네는 듯했다.

일부 유족들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사무치는 그리움과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추모식단 앞으로 나선 유족들은 ‘아이들아 사랑한다’ ‘잊지 않겠습니다. 4·16’, ‘진실을 꼭 밝힐게’ 등의 글씨가 새겨진 노란 리본을 벚꽃나무 가지에 매다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는 1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고 먼저 떠나간 아이들을 기억하겠다는 유족들의 굳은 의지가 담겼다.

이어진 묵념 시간, 유족들은 ‘잊지 않을게’라는 노래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눈을 감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 악몽 같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는 듯, 유족들의 얼굴에는 깊은 고통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묵념 후 단원고 희생 학생의 어머니인 김정화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위원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인사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북받쳐 오르는 슬픔에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김 위원장은 “11주기 선상 추모식을 준비하면서 비가 많이 오니까 우리 아이들의 눈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세월호 침몰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대한민국이 더 안전한 나라, 더 행복한 나라가 되어 주기를 바라며 이 자리가 막연히 슬퍼하기보다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서로가 더 배려하고 안아주는 따뜻한 추모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민근 안산시장을 대신해 동경달 비서실장이 추도사를 대독했고, 안산시민을 대표해 박윤재 안산시 학원연합회 고문이 유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추도사가 이어지는 동안 유족들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 아래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1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깊게 남아 있었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박지윤양 아버지 박영배씨는 “아이가 아빠의 곁을 떠난 지 벌써 11년이 지났다”며 “겉으로는 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항상 아이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우리 아이들을 기억하고 유가족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깊이 감사드린다. 지금은 없는 단원고 250명의 아이들 모두 내 자식들이다. 정말 보고 싶고 사랑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김빛나라양 아버지 김병권씨는 “1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사고 당시 안타까운 마음에 더해 그립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며 “참사 희생자들이 전국 각지에 있어 생명안전공원 공사가 빨리 완공돼 친구들이 한곳에 모여서 그곳에서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참사까지 정부가 큰 사고가 발생하면 진실을 숨기지 말고 아픈 가족들에게 빨리 이야기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11년이 지나서도 밝히지 못한 그날의 진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방에 대해서 너무 알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