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사우나서 음란행위?

이성애자 섞여 성추행 사건도 발생
관할구청·경찰 “지도단속 나설 것”

#1회사원 이 모씨(54)는 최근 점심시간을 전후해 직장 주변에 있는 한 사우나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과로의 후유증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은 수면실에서 느닷없이 두 남성이 동성연애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던 것. 이들은 다른 손님들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애정행각을 계속했고, 화들짝 놀란 이씨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2회사원 박 모씨(35)는 아직도 2년 전의 일로 대중목욕탕을 출입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박씨는 지난 2011년 12월께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 사우나를 찾았다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받았다. 박씨는 피곤한 나머지 수면실에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박씨는 얼마되지 않아 수면실에서 뛰쳐나왔다. 자고 있던 박씨의 은밀한 부위를 옆자리 남성이 더듬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이용한 사우나는 성소수자들이 출입하는 남성전용 사우나였다.
박씨는 “아직도 그 날의 충격이 가시질 않아 대중목욕탕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며 “광주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더구나 도심 한복판에 위치에 있어 이성애자도 출입하는 곳인데 이에 대한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에 속칭 ‘게이 사우나’라 불리는 남성전용 사우나가 있어 이 곳을 이용하는 동성애자들과 이성애자들이 충돌을 일으키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 장소를 성소수자 출구로 봐야하는 지, 공중시설인 만큼 풍속영업규제에 관한 법률상 음란행위 장소 제공으로 봐야할지 의견도 분분하다.
본지 취재진은 29일 북구 유동에 있는 해당 사우나를 찾았다.
카운터에 들어서자 일반 사우나와는 달리 후불요금을 받는다고 하며 종업원이 입장시각을 적었다. 수면실 벽면에는 일반 사우나와는 달리 ‘처음 수면실 이용 손님께서는 반드시 카운터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카운터에서 받은 가운을 착용하십시오’, ‘미성년자 출입금지’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수면실도 2인실이라는 문구의 천막이 쳐진 공간 등이 있어 범상치 않았다.
인근 파출소 한 관계자는 “올해는 성추행 신고가 없었고 지난해 3건 정도의 사건이 있어 수사를 했다”며 “음란행위 장소제공 혐의는 업주가 내용을 알지 못해 처벌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온라인상에도 알려져 있을 만큼 동성애자에게는 유명한 장소였다. 후불제이며 2인실 등 장소제공 혐의는 뚜렷한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이 건물의 2층에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동주민센터도 위치해 있어 충격이 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시선도 있다. 성매매를 하는 곳이 아니고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동성애자는 “동성애자인 김조광수 감독 등을 통해 사회적인 시선이 많이 유연해졌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는 동성애자를 변태라고 왜곡하는 것이 사실이다”며 “동성애자들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마음대로 욕구를 표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며 이에 따라 성소수자의 출구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할 경찰서와 구청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과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충돌이 있어 온 만큼 이에 대한 지도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