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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사랑공원 산책길 옆 피어있는 산수유. |
구례에 들어서니 도로를 따라 심어져 있는 산수유 나무들이 가득하다. 3월 말이 개화시기로 다소 일찍 찾은 탓에 아직 꽃이 완전히 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내민 산수유 꽃이 제법 노랬다. 잎이 나기도 전 노란 꽃을 피우며 봄을 알린다는 ‘봄의 전령사’라는 별명다웠다. 산동면은 면 전체가 산수유밭이라고 할 정도로 산수유로 가득했다. 실제 산동면은 산수유의 고장으로 오래 전부터 산수유나무를 키워왔던 곳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전 중국 산동성에 살던 한 여인이 이곳으로 시집을 오며 산수유를 처음 가져다 심었던 것이 지금의 산동면을 만들었다. 산동이라는 지명도 이 이야기에서 연유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 여인이 가져다 심었다고 전해진 ‘시목 나무’는 아직도 산동면 계척마을에 있으며 현재는 보호수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산수유와 관련해 예전 산동 처녀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산동면 아이들과 아낙네들은 겨울철이면 삼삼오오 모여 제핵 작업을 했는데, 제핵 작업이란 턱 아래 그릇을 받쳐 손과 앞니로 산수유 열매의 과육과 씨를 발라 내는 방식이다. 이 제핵 방식을 계속 한 산동 처녀들은 앞니가 다 닳게 되어 멀리서 봐도 구분이 쉬웠다는 이야기다. 노란 꽃과 달리 빨갛게 여무는 산수유 열매를 따 구례 여인은 산수유 열매를 깨물어 깐 덕에 입술이 붉고 예뻐 최고의 신붓감이었다는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산수유사랑공원은 관산마을, 상관마을, 반곡마을 등 작은 마을들 가운데 위치한 언덕에 조성됐다. 큰 산수유꽃모양 조형물이 언덕 꼭대기에 있어 찾아보기도 쉽다. ‘산수유사랑공원’은 산수유의 꽃말인 ‘영원불멸한 사랑’을 따 지어졌다. 영원히 하나만을 사랑한다는 이 꽃말 때문에 구례에서 과거에는 연인에게 산수유를 많이 선물하기도 했다고 한다. 공원 안 만들어진 테마 구역도 ‘프로포즈존’, ‘언약의 문’, ‘사랑마루’, 등 사랑과 관련된 곳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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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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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조형물. |
구례에서 한시간 반 정도 떨어진 매화마을은 코로나 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했다. 매화 축제도 취소됐건만, 다가오는 봄의 설렘은 바이러스도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모두가 단단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매화를 각자의 방식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관광객들 사이에 끼어 매화마을 오르막길을 함께 올랐다.
매화 또한 산수유와 같이 잎을 틔우기에 앞서 꽃부터 피운다. 봄꽃의 개화 시기를 두고 춘서(春序)라고도 하는데, 매화는 춘서의 가장 첫머리를 장식하는 꽃이기도 하다. 모진 겨울 추위에도 꽃을 피우는 매화는 옛 조상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추위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 불의에 굴하지 않는다 하여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삼은 것이다. 매화의 꽃말인 고결한 마음, 기품, 결백, 인내 등의 단어에서도 선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별명 또한 많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고 해 춘고초(春告草), 꽃이 아름답고 향이 그윽하다고 해 붙여진 옥매(玉梅), 그리고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는 뜻으로 가장 유명한 별명인 설중매(雪中梅)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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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매화 |
매화가 지고 나면 열리는 열매 ‘매실’때문이다. 옛날부터 임신한 여성이 입덧을 할 때 신 맛이 나는 매실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산모가 매실을 찾게 되면 출산의 고통을 감내할 마음의 채비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어머니 나무’라는 뜻이 붙게 된 것이다.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나무답게 매화마을은 갖가지 색의 매화가 피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을 입구에서는 매실로 만든 막걸리와 아이스크림 등 매화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이한 먹거리들을 판매하고 있다. 작은 매화 묘목들도 판매해 원한다면 묘목을 구입해 심어보는 것도 좋겠다. 비록 하늘은 흐렸지만 하나 둘씩 피는 꽃들이 조용하지만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오지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