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역 ‘명품 오피니언 리더’ 어디 있나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얼마 전, 한 노신사로부터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지방언론, 특히 지방신문 오피니언란을 보면 읽을 만한 게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했다. 칼럼과 기고문 등에서 스케일이 있고, 뭔가 아우르면서 동시에 공감과 감동을 주는 글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한마디로 “촌스러우니 그렇지요.”라고 답했다. 지방신문 종사자와 기고하시는 분들에게는 참으로 죄송하지만 일정 부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역으로 종사하고 있는 필자가 사실 자주 느끼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직방약이 없어 고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장규모 작아 지방신문 험로

원인이야 찾으면 많이 있을 것인 바, 크게는 지역균형발전이 터덕대 호남 경제 규모가 그만그만하고, 지방신문의 재정구조가 이에 기인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파워 있는 신문이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광고시장이 작고, 이 작은 파이를 여러 지방신문이 나눠 가져야 할 판이어서 당장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예전에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이라고 해서 언론의 자유를 말했고, 그 뒤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외쳤는데 이제는 현실성 없는 이상적인 케이스다. 자본으로부터 독립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으로의 대대적인 종속을 바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저 그 자본이 상대적으로 착하고 순수한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 같다.

지역경제가 괄목하게 발전하지 못하고 이에 따른 수익창출 시장의 협소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자본이 생기지 않으면 지방신문 퀄리티는 부실해지기 십상이다. 이는 곧바로 기호가 다양한 독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모던한 독자들이 얼마나 매섭고 비판적인데 알음알음으로 신문 하나 봐줘, 해가지고선 신문사를 운영해 갈 수 있겠는가. 이런 옹색한 판에 퀄리티 있는 명칼럼이나 명기고문을 올릴 능력이 있는 지방신문이 얼마나 있을 수 있겠나.

좋은 필진을 모시려면 그에 합당한 대우가 필수적이며, 먼저 퀄리티 있는 페이퍼를 발행해야 하거늘 취약한 생존 기반이 발목을 잡는다. 페이퍼에 보이는 글이 대체로 무미건조하고 비판성이 떨어지는 글이 다수를 이루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사회적 안목, 삶의 지혜, 시정 및 도정에 대한 질책, 정책 대안 제시, 때에 따라선 독특한 호평 등의 다채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경연이 필요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지방신문의 발전이나,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 지역발전의 논의 장이 활성화하지 못함에 따라 지역민에게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지방신문은 감히 비교하건대 미국의 동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서부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처럼 권역지로서의 기능이 없다. 그러니까 서울·수도권의 신문, 영남지역의 신문, 호남지역의 신문이라고 해서 어깨를 견주는 게 아니라 중앙과 지방이란 지독한 카테고리 속에서 지방신문은 허우적대며 맥을 못 춘다. 우리가 지역균형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언론의 균형도 맞춰가야 함을 웅변한다.

지방신문으로서는 외부환경 탓만을 할 게 아니라 내부의 자정과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여야겠다. 언제부터인지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중앙과 지방의 대비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지방신문 종사자 모두 새해에는 심기일전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어떨지 모르겠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지방신문에서 글쓰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를 경제적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내부 분위기 속에서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비판적 글쓰기는 터부시하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인신공격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마저 잘 되지 않는 희한한 상황을 왕왕 보거나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역사회의 면적이 좁고, 소위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알 수 있다는 밀접한 관계망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 지적과 비판에 대해 받아들이는 지역민의 포용력 내지는 수용력이 생각보다 깊지 않음을 지적할 수 있겠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글을 써 불편해지는 상황을 애초에 피하고 싶은 것이다. 어떤 거래 속에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연장에서, 비판 수위를 높이는 글을 꺾는 것이다.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지역 내에 비판적 글쓰기를 하는 인물과 능력자가 많지 않다는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비판적 글쓰기’ 토대 구축을

이유야 어떻든 매일매일 신문은 나오고, 오피니언란은 펼쳐지고, 눈길을 주는 독자가 있기 때문에 질적 성숙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발전 논의구조를 담당하는 몫이 크게는 지방언론, 지방신문에게 있다면 대변화를 모색해야 하고 자구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역발전의 기틀을 굳건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독자들 또한 중앙 예속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에 보다 더 주목하고 이를 반영하는 지방신문에 더욱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며, 때로는 따끔한 비판과 질정을 아끼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