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광주·전남 ‘불이문’ 진입은 언제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혼밥을 하러 광주 신도심 상무지구에 갈 때면 시청 주변을 서성일 때가 있다. 청사 내 공무원들은 시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군, 또는 그런 건 별로 안중에 없고 자신의 이익에 급급해 근무하는 분도 있겠지 하며 지나간다. 어쩌다 무안 남악신도시를 갈 때도 마찬가지인데, 전남도청 인근으로 일부러 접근하거나 눈에 힘을 주며 청사를 바라보고 간다. 같은 방식으로 저 건물 내부 공직자들은 지역민을 위해 정책과 발전 방안을 강구하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거나 다소 외딴 곳에 위치한 만큼 업무에 집중하지 않고 시간을 때우는 이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분리·통합·독자행보’ 반복

어떻든 시청 공무원과 도청 공무원 모두 인재들로 지역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라고 해야 한다. 간부 공무원은 역량이 더욱 출중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요즘 이런 기대를 잘 충족하는지 어떤지는 좀 생각해봄이 좋을 듯하다. 민선 6기 광주·전남 상생 1호 사업인 광주전남연구원의 분리가 현실화했고, 한 뿌리·역사공동체라고 하면서도 마한역사문화센터를 제각각으로 유치전을 전개하며 독자행보를 한다. 마한역사문화센터가 충청도에서 유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러니까 전라도 쪽으로 가져 오기 위해 기획된, 정무적 판단에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상생이란 명분, 초광역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전북 부안에 들어설 전라유학진흥원에 이전, 통합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은 ‘이 무엇인고’ 하는 물음이 나오게 한다.

또 최근엔 점입가경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는 게, 최대 이슈로 떠오른 군 공항 이전사업을 놓고 유치에 적극성을 보이는 함평의 광주 행정편입과 관련해 날선 공방이 있었다. 광주는 함평이 해양을 끼고 있어 내심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전남도 입장에서는, 그도 그럴 것이 전남 일부가 광주에 편입된다고 하는 발상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는다. 공항 이전과 행정편입 문제는 별개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통합공항이 건설되는 경북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됐다는 점에서 광주시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대처하고 있다. 물론 군위군에는 군 공항뿐 아니라 민간공항이 함께 들어서 함평에 군 공항만이 이전한다면 상황은 좀 다르긴 하다. 여하튼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군 공항 이전 문제는 가속도가 붙게 됐다.

이런 중차대한 현안을 배경으로 광주와 전남은 상생을 토대로 특별지자체 설립을 위해 노력 중인데 조건과 여건, 상황에 따라 이전·통합, 분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어떤 원칙과 기준에서 행해지는 것인지 지역민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특별지자체란 2개 이상 지자체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광역으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하는 지자체 법인으로 교통과 사회간접자본(SOC), 산업, 문화 등 다양한 분야 현안 및 숙원사업을 초광역협력으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관계당국은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하는 이유와 배경을 설명해야 줘야 하는데, 이에 대해선 미흡한 행보를 보인다. 광주와 전남의 상생이란 말은 대의명분처럼 인용되나 현실에선 꼭 그렇게 적용되지 않으니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듯하다.

돌아가는 추세를 보면 각자도생이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군 공항 이전은 휘발성이 커 잘못 손대면 걷잡을 수 없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 광주와 전남 모두 ‘전략적인 인내’를 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제 특별법이 제정되고 예비 이전후보지를 선정하는 일을 앞두고 상생보다는 상충, 상극으로 가는 여정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현안사업을 그르치는 길로 가게 되면 두 광역지자체의 협력은 연타로 타격을 받으며 스톱될 수 있다. 행정 감시와 예산안 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도 각 지역의 입장에서 때때로 격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어 심히 우려되는 면면이다.

지역발전 대승적 결단을

상생은 말은 쉬우나 행동으로 번역하는 데는 엄청난 아픔과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방식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란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통합의 리더십이고 설득의 리더십, 때로는 쾌도난마식 해법이 제기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정치적 이익이 아닌 순전히 미래 지역발전을 대승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며 이런 자세는 당연히 광주와 전남의 컨트롤타워에 적용된다.

그래야 안 보이던 답이 조금씩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자꾸 이리 재고 저리 재니까 미적미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지 광주·전남의 대발전을 생각하면 실타래가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본다. 둘이 아닌 한몸의 세계인 ‘불이문’(不二門)에 들어가야 하는데 각자도생의 독립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면 앞날은 밝지 않다. 당장 불이문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다면 최소한 그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곧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가 회동한다고 하니 기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