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광주 ‘희망의 시간’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광주의 5월은 전국적인 그것과 같지 않다.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는 지금도 진상규명이란 대명제 속에서 있는 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1년 전과는 좀 색다른 분위기가 있다.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광주를 찾아 학살 주범 할아버지 대신 무릎을 꿇고 사죄한 이후 응어리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가신 듯하니 말이다. 누가 전두환의 손자가 달려와서 유족들에게 엎드릴 줄 알았겠는가.

주지하는 것처럼 올해 43주년 행사는 오월단체 간 반목으로 화합의 한마당은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이 또한 긴 여정으로 보면 해결의 계가가 있을 것이다. 역사적 단죄와 치유에 대한 인식의 퍼짐이 한날 똑같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렇게 일률적으로 생기기는 어려우니 시간이 필요할 테고 언젠가는 해결되지 않겠는가 하는 낙관적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 1년이 지나고 내년 44주년 즈음엔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 전우원씨 방문을 능가하는 위로의 뉴스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역발전 에너지’ 회복 기대

광주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포기하지 않는 한 역사는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5·18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굴곡진 역사의 피해 현장인 광주는 아직 만개하지 않은 도시로 남아 있다. 어느 독점 정당의 ‘가스라이팅’(심리조작)이든 뭐든 간에 광주, 광주인은 찬란한 도시발전을 위해 가야할 길이 멀리 남아 있다. 이를 누가 막고 지연시키거나 간에 광주는 발전해 가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과거 지역발전의 에너지를 미리 끌어다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써버렸기 때문에 휘청대고 있지만 머잖아 정상적인 회복을 할 것으로 믿는다.

군 공항이 떠난 자리 250만 평에 천지가 개벽할 도시계획으로 최첨단 미래형 발전을 구상해볼 수 있을 것이며, 마지막 노른자위로 일컫는 전방과 일신방직 부지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누가 알겠는가, 광주에 전 국민적 쇼핑 순례객이 몰려들지. 여기에 17년간 애물단지 사업으로 취급된 어등산 관광단지개발이 본격 시작돼 모습을 드러내면 광주다운, 광주형 레저문화가 고유명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벅찬 희망이 있다.

이런 여러 중차대한 정책을 앞두고, 최근 인터뷰차 만난 강기정 광주시장은 행정에 대한 자신감이 차 있었다. 현안을 꿰차는 한편으로 미래 전략산업을 펼치기 위해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광주 미래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 설명했다. 특히 광주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자동차산업으로 중무장시켜 신곡창지대로 만들고자 한다는 부분에선 결기가 있었다. 최근 100만평 미래차 국가산단 지정으로 매우 고무된 모습이었고 이 산단을 구성할 안을 짜는데 여념이 없다고 했다. 또 소재·부품·장비 등 일명 소부장 특화단지, 그리고 반도체 특화단지까지 유치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광주의 발전은 떼논 당상이 아니겠는가.

더더욱 대구와의 상생 전략으로 달빛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간다면 막힌 광주의 운이 확 터질 수 있다. 2038 하계아시안게임 공동유치, 그리고 그 전 달빛고속철도를 개통한다면 광주가 국토 서남부에서 외지거나 등진 도시로서가 아니라 영남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장족의 발전을 펼쳐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남인이 남도의 맛과 멋에 취해버리면 안 오고는 못 배기는 중독성을 느끼리라. 달빛고속철도는 사람만이 아니라 문화를 실어 나르기 때문에 비교우위를 점하는 광주가 훨씬 유리하리라고 확신한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언젠가 무등산에 케이블카가 선보인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그렇게 되면 아시아문화전당과 그 주변 숙박 및 음식점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 않을까 한다. (무등산 케이블카 부분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여기선 생략한다.)

허나 이 모든 것은 잘 돌아갈 때의 일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고 틀어지면 발전도상에서 탈선, 타격은 불가피하다. 얼추 돌아가는 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기간이 현재의 민선 8기일 것이다. 민선 8기 출범이 어느 덧 1년이 거의 다 돼가고 이제 3년이 남았는데 이 기간 동안에 미래 광주발전의 성공, 실패, 보류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지역공동체 합의 가속화

한국은 근대화 이후 압축성장을 해왔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광주의 발전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런 성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압축성장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동시에 만들자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간적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광역시다운 발전상이 시급하다. 시간을 압축해서 위용을 드러냈으면 하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일정한 기간 개발과 발전의 시간을 거치고, 이를 시민들이 향유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게 되면 과거 5~10년이 소요되던 사업이 향후 3년 안팎이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를 맞을 것이다. 지역공동체의 합의가 한층 빨라질 것이고 정책 수립과 대응이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선 8기의 경험과 축적, 희망의 시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