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주년을 맞은 세계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지부의 지대장으로 있던 건설 노동자 양씨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양씨는 건설사에 노동조합 전임비를 요구함과 동시에 현장에서 조합원의 채용을 강요한 혐의로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둔 상태였다. 분신 이후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진 양씨는 결국 2일 오후 1시 9분 숨졌다.

이에 노조 측은 “노동조합 활동을 불법으로 매도한 정부가 부른 비극”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노사 교섭을 통해 맺은 단체협약과 관련된 내용들이 수사 과정에서 전부 불법행위로 탈바꿈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1일 노동절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정한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세습은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모든 국민에게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며 “소수만이 기득권을 누린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닌 특권이다. 모든 근로자가 자유롭게 일하고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건이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동시에 발생한 일이었다는 것이 한 명의 근로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근무시간 유연제의 일환으로 등장한 ‘주 69시간제’와 더불어 지난달 18일 파행된 이후 아직까지도 수 많은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채 2일 오후 첫 회의를 시작한 최저임금위원회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 등도 2023년 대한민국 근로자, 노동자의 현 주소는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들이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것에서 유래한 노동절. 그러나 2023년 대한민국에서 137년 전 당시 미국 노동자들이 외쳤던 같은 권리를 부르짖어야만 하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윤 정부의 노사법치주의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과연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