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광주 패러다임 바꿀 자 누구인가
정진탄 논설위원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 건설을 모토로 내세워 시민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정신적으로 정의롭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광주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의식이랄까 그런 목적의식을 갖고 시정을 펼쳤다. 이에 대한 성과는 어느 정도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겠으나 ‘일용섭’이란 애칭이 붙을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는 점이 참고가 될 수 있겠다.

이 전 시장은 퇴임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 그리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뭔가 채비를 한다는, 다시 말해 총선 출마 가능성과 함께 혁신정당 창당 준비설이 나온다. 이 전 시장이 얼마 전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기는 혁신의 가치에 무게를 둔 행보를 예고하고 있어 광주에 미칠 영향을 타진케 한다.

‘정의롭고 풍요로움’ 먼 길

현재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 혁신을 거듭하는 광주가 아직 먼 길이란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광주는 근현대 민주화 투쟁 등 역사적 프리즘으로 보건대 불의에 분연히 떨쳐 일어난 지역으로 재론할 필요 없이 정의롭다 할 것이지만 아쉽게도 그에 걸맞은 괄목한 경제적 발전은 성취하지 못했다. 광주는 더 발전해 가야 하는, 개발 도상에 있는 도시라고 봄이 합당하다.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외친 성과는 성에 차지 않는다. 얼마만큼 발전을 달성해야 그 단계를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나 전체적으로 광주는 도시의 세련미가 떨어지고 외국인의 발길을 오래 붙잡을 만큼 명소가 많지 않은 곳이란 점에서 절박감이 있다.

물론 현재 강기정 광주시장이 이 전 시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내일이 빛나는 도시를 표방하며 다각도로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좀 기다릴 필요가 있다. 전방과 일신방직의 터에 복합쇼핑몰을 비롯한 문화복합시설을 세우고 특급호텔을 건립하는 방안을 업체 측과 협상 중인데, 결론이 도출돼 완공까지 가면 광주발전의 하드웨어적 허기는 좀 달랠 수 있을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 어등산관광단지 개발 등이 더해지면 광역도시의 관광 인프라는 크게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광주 군공항 후적지 개발 청사진이 마련되면 장족의 발전이 기대된다. 구색 맞추기의 도시 디자인으로는 역부족이고 미래 첨단 산업기술이 어우러져 랜드마크 등 광주만의 독특한 그 무엇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은 업체 측의 개발 의지, 행정 당국의 좋은 리드와 혁신에 의해 이뤄질 사안이며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흐름을 타야 한다고 본다.

이런 고로 국민의힘, 민주당의 광주 지원책은 여러 모로 요구된다. 현안 사업과 이에 소요될 국비를 더 챙겨주고, 큰 틀에서 광주의 도시 판을 바꾸는데 획기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럴 것처럼 예산정책협의회 개최 등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는 모양새여서 상당히 고무적이긴 하나 마무리를 봐야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총선을 염두에 두고 밀착하는 국민의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이며 지지율이 추락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민주당을 어떻게 대응하고 촉구해야 할지 지역 유권자의 고민의 시간이 왔다고 할 수 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에 빗대 진정 광주를 잘 살게 해주는 정치세력이라면 표를 몰아줘도 관계가 없지 않겠는가 하는 판단이 드는데 광주시민의 전체적인 뜻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허나 분명한 것은 광주는 이제 정의와 풍요 중 어느 하나를 희생하고 나아가선 안 된다는 점이다. 정의로우면 당연히 풍요로 이어져야 하고, 풍요로우면 의당 정의를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

잘 살게 해주는 정치세력 기대

과거 암울한 시기 광주를 작동시킨 메커니즘은 정의라는 축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시대적 변천으로 풍요라는 축이 힘을 얻어야 할 것으로 본다. 풍요의 축이 왜소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 부분에 집중 지원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호남발전론 및 서진정책을 거론하는 윤석열 정부도 이에 대한 인식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기대감이 들지만 실제 어떻게 이행하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가올 총선은 매우 실용적이고 실리적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시적 민심을 얻기 위한 중앙 정치권의 뜬구름 잡는 식 허풍에 기대지 말고 우리 지역, 광주란 아픔의 도시를 위해, 정신적 치유를 위해, 경제적 풍요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그런 인물과 당을 위해 표를 던져야 할 것으로 본다. 광주를 바라보는 인식의 큰 틀, 다시 말해 패러다임은 풍요를 전제한 정의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풍요를 희생해도 되는 정의감, 그런 가스라이팅은 통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발휘해 갔으면 한다. 솔직히 이제 광주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정의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정의론을 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