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광주발전에 대한 ‘최후심판’
정진탄 논설위원


광주지역 대학가 주변을 걸을 때면 낯선 이로부터 심심찮게 리플릿 또는 팸플릿 같은 것을 받곤 하는데 펼쳐보면 종교적인 내용이 많다. 한번은 요한계시록이 실려 있어 웬일, 하면서 본체만체 버린 바 있다. 대학가 카페 등을 가보면 삼삼오오 종교에 관한 대화를 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나이 드신 분의 미사 또는 예배 이후 모임이라기보다는 젊은이의 모임이 대다수다. 젊은 층이 언제부터 그렇게 종교적인 것에 관심을 많이 가졌는지 모르겠다.

종교 얘기는 끝이 없으므로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현명한데, 다만 예수가 언젠가 재림한다는, 그래서 악의 무리를 최후 심판하는 부분을 광주지역으로 한정해 좀 비틀어 얘기해보고 싶다. 그러니까 광역시인 이곳 광주에 예수가 초현실적으로 내려와 심판에 나선다고 하면 그 대상은 누구이고 무엇일까.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을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르나 심판의 포커스를 광주발전에 맞춰보고자 한다. 광주를 흥하게 한 자, 또 반대로 쇠하게 한 자를 가려보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상상 및 허구의 영역에서, 요즘 뜨는 웹툰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나쁠 것은 없잖은가.

자기 이익에 눈 먼자들

광주를 발전시킨 자를 우선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그들의 이너써클, 일선공무원으로 상정해보자. 표면적으로 이들은 광주발전을 위해 매일 일하는 사람이니 만큼 일종의 천국행 명단에 들어갈 법 한데, 시민 거부반응이 만만찮을 것 같고 궁극적으로 예수의 눈에도 확실히 그렇게 비칠지 미지수다. 광주발전을 위해 일한답시고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근무하는 이가 없지 않을 것이다. 불심판을 맞을지 알 수 없다.

또 기업인을 포함한 경제인이 광주 도시발전을 일으켜 세운 일꾼으로 리스트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허나 발전이란 미명하에 자신의 배만 불린 자, 양심 불량한 토호도 있을 것이니 이들을 가려내 지옥행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인재를 키워낸다는 대학 및 교육 관계자의 경우 어떤 심판을 받을 것인가. 참스승이란 매우 좋은 평가를 받는 이가 있는 반면, 위선과 허세로 점철돼 예수의 뜨거운 심판을 받는 이가 의외로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지방언론은 어떤 심판을 받을지 궁금하다. 광주발전을 도모하면서도 발목을 잡는 아주 애매한 부류로 보일 수 있겠는데 말이다. 꽤나 억울해할 수 있으나 행정 당국에 대한 감시 기능과 비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으므로 예수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타 광역지자체에 비해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시민사회단체는 심판을 피해갈 수 있을까. 더더욱 억울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도시발전 정책을 펴가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개입으로 장애에 부딪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란 공무원의 하소연이 나오는 만큼 이들 역시 심판을 달게 받아야 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준엄한 심판을 논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광주발전을 입에 달고 살 듯이 하는데, 다시 말해 시민 앞에선 봉사하겠다, 열심히 뛰겠다 하면서도 뒤로 호박씨 까는 못 믿을 부류가 맞는지 어떤지, 예수는 다 알 것이므로 최종판단이 자못 궁금하다.

광주발전이 속도를 내야 할 시기를 맞아 지역사회를 이끄는 인물과 집단, 계층을 분류해 다소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얘기해봤다. 평가 대상자가 특별히 낯설기보다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그룹이고 이들에 대한 세평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여하튼 제3의 눈으로 아주 냉정히 광주발전을 평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여 재림 예수의 최후심판을 차용했다. 비유와 상상의 소산이긴 하지만 광주발전을 놓고, 터치 못하는 인물 또는 기관에 의해 평가받고 수용하는 일이 좀체 우리 지역사회에서 어려운 일이므로 초월적인 인물을 등장시켰다.

‘내 탓이오’ 없는 어리석음

현실세계에서 누가 광주발전을 막는다고 할 것이며 누가 그에 대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물을 것인가. 단체장, 정치인,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기업인, 교육계 인사 등 모두가 지역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인물군이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각자 스스로는 알 것이다. 이 지역 발전을 위해 자신이 얼마만큼 공헌하고 있고, 가로막고 있는가를.

광주발전은 시민이면 모두 원하는 것이지만 원한다고 해서 바로 이뤄지는 게 아님을 안다. 때에 따라, 경우에 따라 각자의 이익이 중첩돼 있어 충돌하며 발전이 역행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내 탓이오’란 양심선언 같은 것이 나올 필요가 생기는데 현실에선 ‘네 탓’이란 삿대질이 속성이므로 어리석음의 연속이다.

예수의 최후심판 얘기에 덧붙여 또 하나 상정해봐야 할 문제가 ‘쿼바디스’, 즉 광주발전의 경로 선택이다. 이에 대해 시민 개개인이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미래 광주발전을 앞당기는데 깨어있는 시민의 도움이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