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불세출의 미래 광주지도자는
정진탄 논설위원

전설적인 인물인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는 여타 기업의 비판적 시선에도 직원 복지에 힘쓰겠다는 일념으로 자사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했다. 주변에서 미친 짓이라고 했다지만 회사 구성원의 삶을 지켜줘야 이들이 스타벅스 기업 주요가치인 열정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것이고, 이것이 고객에게 영향을 줄 것이며, 결국 회사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었다.

흔히 기업은 열정 같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선 관심이 적고, 감원 같은 혹독한 방식으로 회사 경영의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반해 슐츠는 자신의 정책과 경영 가치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스타벅스 아르바이트 근무자는 불완전한 고용에도 건보 혜택을 주는 경영진에게 고마워했을 것은 당연지사고, 그럴 때마다 고객 맞춤서비스를 열정적으로 했을 것이며, 이는 곧 스타벅스 성공의 원동력이 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청년 삶 지켜주는 도시 발전

스타벅스의 회사 운영과 가치 중시 정책이 일개 기업에서만 그치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조직 구성원의 삶을 지켜주는 문제는 기업뿐 아니라 도시 운영을 책임지는 지자체엔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특히 요즘 같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지역을 떠나는 젊은이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각종 묘안이 나와야 하는 시점에서 심플하고 파워풀한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청년의 삶을 지켜주는 도시 체제를 만들면 된다. 청년이 정착하는 데 필수적인 일자리를 무조건 양산해야 한다. 또 이들이 일만 하고 살 수 없으므로 쉬고 놀 공간을 충분히, 세련되게 마련해줘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한다면 청년은 자신이 성장한 곳을 저버리고 수도권행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도시 발전을 세팅해 나가야 한다.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언필칭 청년문제 전문가 동원에 열을 올리기보다 앞으로는 투자 기업을 모셔오는데 행정력을, 정치력을 올인해야 한다. 자본의 힘에 휘둘려선 안 되지만 그것을 무시해서도 절대 안 된다. 지자체는 기업, 자본 유치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한다.(이런 점에서 다음달 열리는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국제투자 유치 포럼’은 매우 고무적이다.) 정치인도 동반 달리기를 하면서 지역 현안에 걸린 정부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혈안이 돼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변할 수 있으나 청년을 위한 도시 발전 세팅을 새롭게 한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누가 모르랴. 정치인은 늘 중앙당의 이슈에 빠져 들고 공천을 받기 위해 뛰는 게 남는 장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감하고, 단체장도 선거 전 이런저런 공약을 약속하지만 취임 뒤엔 지역사회 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사업을 펼쳐선 재선 기회를 잃어버려 가급적 용이한 일에 손대려 할 것이다.

지역 리더, 즉 단체장과 정치인 등의 자격 조건은 무엇인가. 정책 비전은 물론이고 발전 청사진을 실현하고 장애를 돌파하기 위해 자신의 안락함을 내던질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 밟고 있는 ‘붉은 양탄자’를 당장 집어치울 줄 알아야 한다. 특히 광주 미래를 위해서는 일반론적인 리더의 자질과는 좀 달라야 한다. 국토 서남권의 도약을 위해, 지금과 같은 난세에선 느긋하고 여유로운 리더보다는 활달하면서도, 채근하는 리더형이 적합하다. 동시에 이보다 더 중요시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을 지지해준 세력을 배반할 수 있는, 아니 톤다운해 말하면 이들의 뜻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한이 많은 광주에는 어떤 관행이란 것이 있다. 예를 들면 개발보다는 보존을 중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한데, 도시 발전을 위해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이해 충돌이 발생한다. 이때 어떻게 조율하느냐는 단체장이나 정치인의 입장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는데, 미래 광주 운명을 짊어지겠다는 자라면 자기만의 확고한 소신과 실천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토 삼각축 조성 역량 표출

총선 8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올드보이 귀환이 신진 정치인의 길을 막느냐와 같은 피상적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 지역 미래를 책임지는데 신·구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상전벽해의 발전 전략을 세우고 전력투구할 의지를 지닌 자여야 한다. 자신이 능력이 안 되거나 부족하다 싶으면 집권세력, 윤석열 정부와 긴밀한 협력, 아니 아부라도 해서 발전시키고 예산을 가져올 만큼의 고향사랑을 하고 있어야 한다. 과연 이 정도로 광주 발전을 위해 나설 인물이 있는가.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덧붙이면 미래 광주 리더는 광주를 전국 3대 도시로 우뚝 키워낼 정도로 역량이 있고, 혜안이 있고, 통이 커야 한다. 서울과 부산, 그리고 광주로 해서 국토 삼각축을 형성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룩할 출중한 능력과 높은 뜻을 품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청년 삶을 지켜주는,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DJ(김대중) 향수에 젖은 지금, 현대적인 DJ는 이런 일을 해내야 한다. 그가 광주와 호남을 책임지는 미래 영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