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광주, 세계 ‘정치도시’ 만들자
정진탄 논설위원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을 기점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대회 개최와 관련해 말이 많다. 지방자치가 시대정신으로 회자되다가 이번 사태로 갑자기 지방행정은 한 단계 낮은, 수준이 좀 안 되는 곳으로 비쳐 괴로운 입장이다.

특히 잼버리 행사장이 전북 새만금이어서 전라도 전체를 폄훼하는 일까지 있어 전라도 입장에선 분노마저 치민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쏟은 노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점에서 할 말이 없게 됐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지방시대 도약을 위한 심기일전이 시급하다. 중앙에선 지방은 안 돼, 이렇게 볼지언정 지방에선 오히려 더욱 큰 국제행사, 메가톤급 행사를 열어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도시 전체 천지개벽 방략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건이 있다. 호남, 특히 광주가 퀀텀도약을 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며, 대규모 국제행사로 연계해 추진한다고 하면 어떤 게 최선일까. 일회성이 아니라 연중 상시적으로 국제행사를 열어 지역 역량을 증진하고 경제적 부수효과를 괄목하게 누리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광주는 일찍이 정의롭고 풍요로운 도시를 갈망했고 지금도 그렇게 해가길 원한다. 그러나 기대만큼 아웃풋이 나오지 않으므로 완전히 다른, 천지개벽의 방략을 짜야 한다.

광주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정치의 도시다. 근현대 한국정치의 총본산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광주 안팎에서 이 같은 시선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의 도시임에 틀림없다. 경제 중심도시를 만들려고 해도 여러 곳에서 생각지도 않게 정치의 도시로 머물기를 강요한다. ‘정율성 역사공원’을 조성해 중국인 관광객 발길을 붙잡겠다고 하니 때 아닌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퍼부어 관련 사업이 존폐기로에 서 있다. 지역사회의 분열이 심히 우려된다.

광주가 이데올로기적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운명이라면 이를 기꺼이 수용해 만천하에 공개적인 토론의 장을 열면 어떨까. 그래, 이데올로그들아 올 테면 다 와봐라 하는 식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정치학자, 명망 있는 정치지도자, 국제 인권·환경 활동가를 광주에 지속적으로 초청해 국제행사를 열고 광주 위상을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가게 하자는 것이다. 해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포럼’에 각국 정상급 지도자, 경제·기업인 등이 모여드는 것처럼 광주에 세계 정치적 거물과 학자, 이론가가 들어오도록 정치적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고 이들을 위한 세계 연차총회 형식의 세계정치포럼인 ‘광주포럼’을 열자는 것이다. 다가올 세계의 정치적 전망을 광주에서 해보도록 신기원을 열어젖히자는 것이다.

5·18민주화운동 기념 때면 동남아권 인권운동가와 학술토론을 개최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판을 전 지구적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특정 시기 정치 총행사로 ‘광주포럼’을 개최하고, 또 연중 다양한 주제를 내걸어, 예를 들면 동아시아 안보 지형,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제정치 질서, 인권 분야 등으로 행사를 확대하는 것이다.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 대응 전문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광주를 찾아 미래 지구촌을 정치적으로 논의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 산재한 좌파 이론가, 맑스주의자를 대거 초청해 그들의 시각을 듣는 자리도 함께 마련해보는 행사를 펼쳐보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광주를 세계 정치도시, ‘정치 끝판왕’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광주광역시 공직자로는 힘에 부치기 때문에 지역 및 국내 유명 정치외교학 교수, 학자 및 국제정치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초판을 짜서 추동을 하고, 해외 석학이 참여하는 2차 포진을 통해 세계정치포럼, ‘광주포럼’을 장대하게 개최하는 전략을 마련하자. 광주에 가야 새 정치이론과 전망이 승인을 받는다는 얘기가 돌게 할 정도로 광주를 정치도시화하는 국제 브랜드를 만들자.

행정·학계·시민 등 합심을

그렇게 되면 잼버리 사태를 보도한 로이터 통신과 AP, AFP, 뉴욕타임스 등 세게 유수 언론이 광주로 대거 몰리는 것은 물론이며 광주발로 세계 질서를, 국제 정치 및 외교 뉴스를 타전하게 될 것이다. 세계 정치행사 ‘광주포럼’이 단기간에 될 일은 분명히 아니지만 치밀하게, 원대하게 준비해가면 못할 것이 없으며, 광주의 정치역사성을 고려하면 시간이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광주시민은 태생적으로 정치적이기 때문에 그 어느 도시보다 이 같은 세계 정치도시화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런 세계적인 정치포럼을 주최, 주관하게 되는 과정에서 광주시의 도시 인프라는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정치가 경제적 상품화하며 광주를 세계 속의 도시로 변모시킬 것이다. 이렇게 비상하는 광주발전 도약대를 놓을 수 있는 역량과 시야가 있어야 한다. 광주시와 학계, 언론, 시민 등이 합심해 준비해 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