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다 보면 길거리 현수막에 어떤 행사를 한다고 기간이 적혀있는데 한글로 적혀있어 그 행사 이름을 읽을 수는 있어도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더라구요.”

광산구 쌍암동에 거주하는 서모씨(78·여)의 이야기다. 서씨는 “영어를 할 줄 몰라 축제 소식을 접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자식들이나 손자한테 물어봐야 어떤 축제인지 내용을 알게 된다”고 씁쓸해했다. 축제 이름이 외래어 또는 외국어로 돼 있어 무슨 행사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서씨의 하소연이다.

9일 577돌 한글날을 맞았지만 외국어와 외래어 남용이 여전해 한글날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특히 글로벌시대를 맞이해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와 행사에 외국어와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해 이에 대한 반감을 사고 있다. 영문 표기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겐 소통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전남 축제와 행사의 경우에도 불필요한 외국어나 외래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올해 광주에서 열린 축제를 살펴보면 ‘2023 Beer Fest Gwangju’는 ‘2023 광주 맥주 축제’와 같이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굳이 외국어를 사용했다. 다른 축제 역시 마찬가지다. ‘2023 푸드 페스타’, ‘2023 광주 스트릿 컬쳐 페스타’, ‘2023 사운드 파크 페스티벌’ 등 여러 축제에서 우리말보다 영어 및 외래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전문분야에서는 외국어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컴퓨터, 텔레비전 등과 같은 오랜 기간 사용해 이미 일상화된 용어의 경우 또 다른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하기 어렵다.

특히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의 경우 축제 이름 등은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나 외래어보다는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말로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남지역 축제 이름 역시 마찬가지다. 순천에서 열린 ‘푸드앤아트 페스티벌’, 곡성 ‘아이스 페스티벌’, 담양 ‘New Bamboo Festival’, ‘2023 무안 YD 페스티벌’ 등 다양한 지역 축제 이름이 외국어 및 외래어가 혼용되거나 제목 자체가 영어로 표기됐다.

지역 축제 한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순하게 축제나 행사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썼을 때 시민들이 더 흥미를 느낀다고 조사됐고 이를 반영해 축제 이름을 정하게 됐다”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는 축제이다 보니 그러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강희숙 교수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우리말보다는 외국어,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에는 외국어, 외래어뿐 아니라 우리말의 기존 문법, 어법을 다르게 사용하거나 줄임말 등 어법 파괴 현상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언어를 계속 사용하게 되면 세대 간의 단절이 생겨 노년층의 경우에는 시대에 대한 소외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면서 “잘못된 언어문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