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던 주말 아침에 여객기 추락사고라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태국 방콕발 여객기의 추락사고가 발생한 29일 오전 10시께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착륙 도중 외벽과 충돌해 대참사가 빚어진 사고현장에는 파손된 여객기 잔해들의 흔적이 참혹하게 남아 있었다.

여객기 동체는 심하게 훼손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체 꼬리 부분만 15m가량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당시 무안공항 인근에서 추락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은 좀처럼 충격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여객기 추락사고 당시 무안공항 인근 마을이 폭발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고 전했다.

주민 김모씨(30)는 “아침에 평소와 다른 비행기 엔진 소리에 잠에서 깼다”며 “쿵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려서 나가보니 공항 앞에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기 위해 출동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또 “처음에 비행기가 공항을 지나친 후 한 바퀴 돌다가 추락하는 듯 활주로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며 “추락하기 전에는 검은 연기를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무안공항 근처에서 농사를 짓던 정모씨(67)는 “난생 처음 겪는 엄청난 폭발음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공항 쪽을 보니 시커먼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어서 큰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공항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박모씨(46)는 “펜션에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려는 순간, 쾅 하는 큰 소리가 났다”며 “밖에 나가서 확인해보니 검은 연기가 뒤섞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맞은편 도로에서는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나온 지역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참혹한 사고현장을 바라보던 주민들은 손을 모아 ‘많은 생존자가 나오길 바란다’는 기도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무안공항청사 맞은편 편도 1차선 도로에는 지역 주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를 바라보며 기도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바람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승객들 하나둘씩 들것에 실려 나올 때마다 폴리스 라인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날 사고현장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던 망운면 주민 김모씨(76)는 “연말 맞아 가족여행이다 효도 여행이다 저마다 기쁜 마음으로 다녀온 여행길이었을 텐데…”라며 “너무 불쌍해. 이 사람들 다 어떻게 하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모씨(56)는 “눈으로 보고도 현장이 너무 참혹해 믿고 싶지 않다”며 “공항 바로 앞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고 얕은데 차라리 그리로 착륙했으면 어땠을까 아쉽기만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