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 편 여객기가 활주로 외벽과 충돌하며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항공기는 B737-800 기종으로 승객 175명(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해 있었다. 소방당국은 브리핑에서 구조된 2명을 제외한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조되길 간절히 바라지만, 대참사 앞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정국인데,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면서 유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는 또한번 깊은 슬픔에 빠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추후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조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충돌로 랜딩기어가 고장나면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끝 벽과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7년 228명의 사망자가 나온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 사고 이후 한국 항공사가 연루된 최악의 항공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가용 가능한 모든 인력을 현장에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문제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정치권도 국가적 참사에 일시 휴전했다. 주요국 외신도 여객기 충돌 사고를 속보로 타전했다. 미 CNN은 시카고 보잉 본사 등에서 한국에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인력을 파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HK·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도 이날 무안국제공항 사고를 온라인 톱뉴스로 보도했다.

특히 이번 참사가 무안공항의 숙원이던 공항 활주로 확장공사가 완공을 앞둔 시점에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무안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이라는 개항 당시 비전과 위상에 걸맞게 공항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5년 연내 완공을 목표로 북측 활주로 연장사업을 3년째 진행 중이다. 사업비 492억 원을 투입, 기존 2,800m인 활주로를 3,160m로 확장하는 사업으로, 현재 공정률은 70% 수준이다. 이게 조금만 더 일찍 완공됐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지않았겠냐는 점에서다.

관계 당국은 최후의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에 임하길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