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핵심산업으로 육성중인 해상풍력과 도내 수산업의 공존모델 개발에 나섰지만, 첫 발을 뗀지 3년여 동안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공모에 선정되고도 예산난에 발목 잡힌 것으로, 관련 연구가 지지부진한 사이 일부 해상풍력단지 준공이 임박하면서 주민 수용성 확보는 물론 새로운 어종 자원 조성 등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지속가능한 상생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애초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정부 공모에 함께 이름을 올린 전북의 경우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드러나 전남도의 대응과 사업 추진 의지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2년 서남해역의 어업활동과 해상풍력이 상생하는 공존모델을 만들기 위해 전북도, 목포대, 군산대 등과 국가연구개발(R&D) 공모에 도전, 해역환경과 특성에 적합한 공존모델 실증 연구개발 사업을 유치했다.

이 사업은 신안군과 전북 부안군 해역 일대에 192억원을 투입해 해상풍력단지 내 수산업 활용기술 개발과 실증단지 조성을 목표로 삼았다.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어민 등 이해관계자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상생체계를 개발해 동반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남도는 해역별 해상풍력 공존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22년 관계기관과 함께 영국과 덴마크 해외 선진 해상풍력단지 현장을 벤치마킹했고,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등 해상풍력 전문 연구기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도가 구상중인 공존모델은 해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모델로 크게 서해안형과 남해안형으로 나뉜다. 서해안형은 공존형 어선업 모델과 양식업 모델을, 남해안형은 양식·관광업 병행모델과 자원조성·관광업 병행모델을 각각 적용할 계획이다.

전남 수산업을 지속가능한 먹거리산업과 연계하고 해상풍력발전단지별 사용 가능한 어구·어법·양식장 간격 등 안전기준도 마련해 수산업과 해상풍력의 협력방안도 도출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수산업, 에너지, 관광업을 연계한 융·복합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게 전남도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R&D 예산 축소 여파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금껏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2022년부터 올해까지 편성된 예산은 63억원으로 당초 투자계획 예산 136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사업 첫해인 2022년에만 투자계획과 편성 예산이 정상적으로 투입됐을 뿐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56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웠으나 편성된 예산은 고작 24억원과 15억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공모에 함께 이름을 올린 전북 부안 일대의 실증단지 구축에 예산 대부분이 투입됐고, 전남해역 사업은 목포대가 진행한 기초조사가 사실상 전부다. 전북의 경우 해상풍력단지 내 수산업 활용기술 개발 등을 위한 실증에 이미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말 신안군 자은도 북쪽 10㎞ 해역에 SK E&S가 추진하는 해상풍력단지 준공까지 앞두면서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을 비롯해 실증단지 구축을 통한 수산양식 및 어종 자원 조성, 경제성 평가 등 구상 실현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당초 구상과 목표대로 예산확보가 되지 않아 공존모델 개발에 착수하지 못했다”며 “예산이 마련되면 9월 중 구체적 실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차질없는 연구수행을 위해 해수부와 기재부 등 중앙부처에 연구기간 1년 연장과 예산 129억원 반영을 건의했다”며 “사업비가 확보 되지 않으면 국비보조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