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책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창비 문학블로그 ‘창문’에서 연재했던 작품으로 2014년 5월 19일 세상에 나왔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5·18 이후 경찰에 연행돼 고문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치욕스러운 고통으로 여기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책은 2017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말라파르테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6년
1980년 5월의 역사적 비극을 정면으로 다루는 강풀의 만화다. 지난 2012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책은 1~3권으로 구성됐다. 현대사의 뼈아픈 비극에 단죄와 복수라는 도발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이 작품은 역사적 비극에 휩쓸려야 했던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49세인 대기업 회장 ‘김갑세’는 말기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 1980년 5월에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김갑세는 광주에 내려가 건달 ‘곽진배’, 국가대표 사격 선수 ‘심미진’, 현직 경찰 ‘권정혁’, 흉상 조각가 ‘이치영’ 등 민중항쟁에서 부모를 잃은 이들을 한 명씩 만난다. 이들은 깊숙이 묻어둔 채 살아야 했던 울분 속에서 김회장의 계획에 동참해 양민 학살의 최종 책임자를 암살하기로 결심하며 함께 행동에 나선다.
◇야구란 무엇인가 ?
데뷔 20주년을 맞아 지난 2013년 김경욱이 낸 소설책이다. 책은 야구를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소설이 보여주는 것은 일종의 복수 서사다. 30년 전 동생을 잃은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바로 이 복수심과 그와 연결된 반사 동작에서부터 나왔다. 소설 속 사내가 칼, 주사위, 청산가리를 챙기는 이유는 1980년 계엄군이 도청을 점령하고 있던 광주에 있다.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가 한 무리의 군인들에게 걸려든 형제. 계엄군 ‘염소’는 형제에게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해보라며 동생의 주머니에서 나온 주사위를 내민다. 동생은 주사위를 던지는 대신 삼켰고 이를 괘씸하게 여긴 계엄군에게 무참히 살해된다. 사내는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산다. 아버지가 화병으로 숨지고 마침내 그의 어머니마저 세상을 뜨자 30년간 웅크린 채 지냈던 그는 아홉 살 아들 ‘진구’와 함께 서울의 ‘염소’를 찾으러 복수 여행길에 오른다.
소설은 독자의 예상을 비껴간다. 복수극이 펼쳐질 줄 알았던 독자들은 막무가내 아들 ‘진구’의 투정에 ‘염소’ 대신 치킨집을 찾아 헤매는, 문득 떠오른 아이의 엄마 생각에 아이를 둔 채 아이 엄마를 찾아 나섰다가 잃어버린 ‘진구’를 찾아 헤매는 사내를 마주한다.
◇아무리 얘기해도
지난 2020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 중 마영신 저자가 5·18 주제로 그린 만화다. 그간 출간 된 책들은 과거와 이후 광주를 그렸다면, 이 책은 5·18 역사왜곡에 주목한다. 귀를 닫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허상을 키워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혐오감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도 가짜뉴스에 현혹돼 진실을 외면한 적은 없는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책을 통해 저자는 80년 5월 광주를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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