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했던 연인사이 왜 폭력을 넘어 살인까지 저지른 '잔인한 괴물'로 돌변할까…

'데이트폭력(연인간폭력) 살인'에 관한 언론보도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잔혹한 살인 데이트폭력 범죄는 미래가 창창한 젊은 여성이 교제하는 남자 친구의 흉기에 아까운 목숨을 잃은 비극적 사건이며, 잔인한 살인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 뿐만아니라 커다란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2020년 4만9925건에서 2021년 5만7305건 2022년 7만790건 2023년 7만715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집계된 건수는 1만9098건으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신고 건수가 8만 건 초과가 예상된다.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올해 3월 기준으로 3,157명, 2023년 1만3,939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러한 범죄자를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에 38명 이상이 데이트폭력 범행으로 검거된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 8,951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지난해는 55.7% 증가하는 추세이다. 문제는 '교제 폭력' 관련한 현행 법 체계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교제 폭력'은 폭력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연인 관계나 헤어진 관계에서 행해지는 언어 및 신체 폭력을 규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연인관계라는 점을 악용해 '교제 폭력'이 발생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회에 '데이트폭력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결국 이번에 폐기됐다. 해마다 증가하는 데이트폭력 범죄를 실효성 있게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더욱 엄정한 제도적 대처가 요구된다. 데이트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사건발생 초반에 가해자를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하여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고, 이를 위반한 가해자는 즉시 유치장에 수감하는 등의 신속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가해자에게 법적인 강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죄질이 참혹하고 사망으로 인해 피해가 다시금 회복할 수 없는 데이트폭력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을 통해 형벌의 예방적 효과를 더 강화해야 한다. 최근 들어 데이트폭력 사망 사건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경남 거제에서 A씨는 전 여자친구 B씨(20)가 사는 한 원룸에 무단 침입해 누워 있던 B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주먹으로 1시간가량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랐다. 간호사를 꿈꾸던 열아홉 살 B씨는 일주일 넘게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다 고열과 함께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그만 숨을 거뒀다. 또한 5월 6일 오후 5시경 서울 서초동 한 건물 옥상에서 수능 만점자로 명문대 의대에 재학 중인 20대 남성이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하여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불러내 흉기를 휘둘러 여러 차례 찌르고 살해한 다음 자신도 투신하려 했다는 언론 보도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뿐아나라 2015년 5월 2일에 벌어진 데이트폭력 살인사건은 모든 언론사가 심층 보도하여 우리 사회를 한동안 충격에 휩싸이게 하였다. 여자친구 20대 B씨는 미국 사관고등학교 수석졸업 후 뉴욕 명문대를 3년만에 조기졸업한 수재였으며, 사건 전날에는 고액이 보장된 회사에 취업된 상태였다. 연인 사이인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남자친구 20대 A씨는 이날 밤 11시쯤 자신이 지내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B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틀 동안 B씨의 시신과 함께 집에서 지내며 시신을 시멘트로 암매장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렌트차량을 예약하고 철물점에서 20L 이상의 대형 물통 4개와 고무대야 2개, 대형 석쇠 8개를 구입하고 시신을 여행용 캐리어에 넣은 뒤 렌트차에 싣고 충북 제천의 한 야산에 시멘트로 암매장한 사건이 발생하여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데이트폭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하나의 요인은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의 소유물이 손아귀를 벗어나는 걸 참지 못해 때로는 우발적으로, 때로는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라도 교제하는 여자친구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가치관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범죄 행위는 가정과 사회에서 긍정적 사고보다는 부정적 경험이 많을수록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일상 생활에서 낮은 사회성과 자존감을 갖게 되며, 결국에는 다정한 연인사이인 여성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해지는 특성을 지닌다. 특히 데이트폭력 범죄의 가해 남성들은 다른 사람들과 만남의 자리에서는 매우 조용하고, 자상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예의바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그 내면에 잠재해 있는 페르소나(persona)라는 가면, 자아의 어두운 면, 그리고 폭력성을 미리 발견하기가 쉽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데이트폭력 후 가해자가 사과할 때에는 다시는 않겠다며,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고 말하고, 잘 해주는 자세를 보여주어 상대방 여자친구는 폭력에 길들여진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의 연속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트폭력 살인 범죄 행위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결별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입혀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잔혹한 범죄자는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는 엄벌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