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더 많이 내린다는데, 또 예전처럼 물난리가 나면 어쩌죠.”

27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의 한 반지하 건물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해당 건물이 침수된 지역이라면서 장마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창문은 지면에 거의 닿을 듯 낮게 위치해 있었고, 건물 주변 언덕은 경사가 높게 형성돼 있어 비가 오면 금방이라도 방에 물이 고일듯 했다.

하지만 창문에서 물막이판(침수방지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고, 방범창만 덩그러니 설치돼 있었다. 주변 빗물받이에는 시민들이 담배꽁초와 과자봉지 등을 아무렇게나 버리면서 쓰레기들로 수로가 막혀있었다.

일부 빗물받이 판은 악취를 막기 위한 큰 고무판으로 덮여 있어 제 기능을 못해 침수피해가 우려돼 보였다.

주민 양모씨(81)는 “불과 몇년 전에 집중호우로 인해 반지하에서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는데, 광주에서 되풀이되진 않을지 우려된다”며 “어떤 이유에서 아직도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광주지역 각 지자체가 재해 방지에 나서고 있으나, 반지하 주택가에 대한 침수방지 대책은 여전히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일가족 사망사고’를 계기로 침수방지시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시 건축경관과는 지난 2022년 신림동 반지하 참사 이후 대한건축사협회 등 건축 3개 단체와 함께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광주지역 반지하 주거시설 6,095개동에 대한 침수위험요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동구지역 3개 동의 반지하 건물에 침수가 우려됐고, 지난해 7월 시 건축경관과는 자연재난과에 물막이판 설치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해당 반지하 건물들은 다른 건물들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지대가 낮은 곳에 위치해 침수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재난과는 9개월이 지난 올해 4월 예산을 편성해 관할 지자체인 동구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시는 물막이판 등 침수피해방지 시설물 설치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시 자연재난과 직원들은 당시 소유주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동구 3개 동의 현장을 방문했는데, 이중 1개 동에서 ‘현재까지 침수 이력이 없고, 사람이 거주하고 있지도 않다’는 이유로 설치 대상에서 자체 제외했다.

지난 4월 광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동구도 마찬가지로 ‘소유주의 동의 절차가 길어졌다’는 이유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반지하 건물엔 물막이 판이 설치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광주시와 동구는 물막이판은 사유지에 설치돼 소유주의 동의가 중요하고, 예산 처리 과정 등으로 인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방관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예산 편성 등 처리 과정에 3주 이상이 소요돼 지연되는게 다반사다”며 “광주지역은 반지하 수가 많지도 않고, 제외한 반지하 건물은 현장 조사를 해보니 침수 이력이 없는 등 문제가 없어보였다. 만일 현재 사람이 거주한다면 구청과 협조해 대피 체계를 안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동구 관계자는 “올해 4월 광주시에서 보조금을 내려줄 때, 정확히 설치 대상이 정해지지 않아 3개 동에 대해 동의를 받으러 다니느라 지연됐다”며 “제외된 1개 동은 소유주가 설치시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해 제외시켰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음주 내로 설치 업체에 의뢰해 물막이판 설치를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