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총괄기관' 국민권익위원회가 연일 화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수사 결론으로 '혐의점 없음'을 도출하였기 때문이다.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제 8조에 보면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1,2항에 따라 공직자 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김영란 법의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랜 기간의 조사를 통하여 '직무 관련성, 대가성도 없고 그저 감사의 표시'였다고 판단을 하여 '혐의 없음'의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카드뉴스를 보면 '누구든지 친구, 친지 등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명절 선물은 금액 제한 없이 얼마든지 줄 수 있습니다'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앞서 말한 김영란 법의 8조와 권익위 홈페이지 카드뉴스를 보면서 필자는 '내가 난독증인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해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두 문장이 같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 여쭙고 싶다. 두 의미가 같아 보이시는지.

심리학 이론 중에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 Myside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이 점점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확증편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같은 편향(Bias)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참 쉽고도 불편하다.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그런 편향에 이르게 된 자신의 생각, 판단의 근거, 원인, 결과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후 어떤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과정으로 이행하여야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신의 생각 중 어떤 부분이 왜 잘못되었는지 스스로 자아성찰을 하여 반성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가장 어렵고 힘들어하는 것은 바로 '자아 성찰' 즉, 제일 첫 번째 단계인 내가 어떤 근거와 믿음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게 되었는지 스스로 깨닫고 마주보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처음에 언급했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사건으로 다시 돌아가 '확증편향'을 이 사건에 대입해 보면 국가권익위원회나 검찰이 '혐의 없음', '단순 감사 표시'라고 해석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대가성이 없고,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을 한 채 수사와 조사를 하였다면 이것은 그렇게만 보였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결론을 뒤집으려면 언급하였듯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바라봐야 하는' (요즘 말로) 현타가 오는 시간을 경험해야 하고 또한 잘못된 결정에 대해 인정해야 하는 이중고를 경험해야 하는데 이것이 실현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 정국이다.

확증편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끊임없이 자신이 틀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면서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과 대립되는 의견을 듣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특히 갈등이 첨예한 상황을 다루는 기관이나 수사를 하고 있는 곳, 이해 충돌이 생기는 곳,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상황을 다루게 되는 전문가들은 고통스러울 만큼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고 검토하며, 대립되는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을 함으로써 자신의 확증편향에 고착되지 않고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나와 완전히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는 자세는 인간의 본능과는 정반대의 작동방향이기 때문에 지독히도 연습과 반복이 필요하며,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 국민권익위원회와 검찰 등 이 사건을 다루었던 분들은 스스로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하여, 또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끊임없이 의심하는 가운데 고통스러웠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그러나 어쩌랴! 논리적 사고는 할 수 없고, 수치심 작동 스위치를 고장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