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줄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재정건전화를 내세워 에너지 인재 양성 요람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에 대한 출연금 규모도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전기료 인상 동결 등으로 인해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터라 이해는 한다지만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방기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국정감사를 맞아 최근 한전이 국회 허성무 의원실에 제출한 한전의 '재정건전화계획 시행 이후 기부금·출연금 절감내역'을 보면 씁쓸하다. 이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22년 재정건전화 계획 수립 이후, 다문화가정이나 장애인복지시설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금을 무려 68억원 가량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예산 대비 절감액, 즉 지원금 감축폭도 지난 2022년 28억7,000여만원에서 지난해에는 39억여원으로 커졌다니 착잡하다.

에너지 전문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한국에너지공과대학에 대한 출연금 규모도 대폭적으로 줄였다. 한전공대에 대한 출연금은 지난 2022년 729억여원이 승인됐지만 절반에도 못미치는 306억원만 집행됐다. 지난해 역시 1,250억원의 출연금 승인을 받았지만 707억원만 실제 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전이 이처럼 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각종 지원금이나 출연금을 축소하는 것은 총부채 규모가 무려 202조원에 달하고 누적적자도 43조원에 달하고 있는 탓이 크다. 이로 인한 연간 이자만 5조원 가까이 이른다니 이해는 한다.

한전이 이처럼 재정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러-우크라 전쟁과 전기료 동결 등으로 인한 재정 악화임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의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금 등을 축소한다면 공기업으로서의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포기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어려운 재정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정 지원, 장애인복지시설 지원 등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