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치러진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지었다. 그렇지만 민주당 후보들은 양 선거구 모두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 호남정치의 지형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금까지의 자만과 안일함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지역민들은 얼마든지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치세력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아니다.

민주당은 이번 재선거에서 정권심판론과 수십년간 다져온 촘촘한 조직력을 앞세워 승리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군소 야당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오랜기간 고착화된 민주당 일당독점 체제에 균열조짐이 보였다. 선거 초반 조국혁신당의 돌풍에 이어 중후반에 진보당이 대약진, 치열한 3파전이 펼쳐져 민주당의 위기감이 커져갔다. 특히 선거기간 일부 영광군수 재선거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진보당 후보에 뒤진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영광군수 재선거 후보별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 장세일 후보 41%, 진보당 이석하 후보 30.72%,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26.56%를 기록했다. 민주당 득표율은 41%에 그친 반면, 진보당·조국당·무소속 득표율을 합치면 거의 60%에 육박한다. 결국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 영광 유권자가 절반을 넘었다는 점에서, 텃밭을 자부했고 이재명 당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승리라는 평가에 수긍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번 선거는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의 승리로 끝을 맺었지만 군수 두명을 뽑는 초미니 선거에 당 대표 등이 당력을 총결집하고도 박빙 승부를 펼쳤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함께 지녔다고 본다. 즉 선택지가 넓어진 지역민들이 언제든 매서운 회초리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그동안 광주·전남 등 호남을 '주머니 속 공깃돌'식의 텃밭으로만 여기진 않았는지 민심의 현 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철저한 반성과 지역 민심 확보 대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