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날씨가 쌀쌀한데 자꾸 모기가 왱왱거리는 소리에 짜증나요.”

광주 서구 치평동에 거주하는 임모씨(25)는 밤마다 귓가를 맴도는 모깃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임씨는 “가을도 다 지나고 11월을 앞두고 있는데 모기가 왜 이렇게 극성인지 모르겠다”며 “모깃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져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임씨는 이어 “날씨가 더 추워져야 모기가 없어질 텐데 아직은 밤마다 모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니까 따뜻한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창문도 닫고 자는데 어디로 들어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을의 끝을 알리는 절기인 ‘상강’이 지났지만, 도심 곳곳에서는 여전히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광주·전남 낮 최고기온이 20도 이상을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모기의 활동이 왕성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채집기 1대당 하루 평균 모기 개체 수는 10월 둘째 주 기준 68마리로 집계됐다. 9월 첫째 주와 둘째 주는 각각 37마리, 28.8마리로, 10월 들어 모기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둘째 주(46마리)와 비교하면 47.8% 급증했다. 10월 중순임에도 기온이 높고 강우량이 많아 웅덩이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기의 종류도 변화하고 있다. 봄이나 여름 초반에는 주로 집 주변에서 발견되는 집모기가 많았지만, 가을철이 될수록 숲이나 물가에서 주로 활동하는 숲모기가 늘어난다. 일반적인 집모기와 달리 숲모기는 더 큰 크기와 강한 흡혈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숲모기는 낮에도 활동하며,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도 숲모기의 일종이다.

다행히 광주지역은 일본뇌염을 유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 개체 수가 7~9월 대비 10월 들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10월 둘째 주 채집된 271마리의 모기 중 작은빨간집모기는 1마리에 불과했으며, 채집된 작은빨간집모기에서 감염병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뎅기열 등 모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1일까지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3급 모기 매개 감염병 환자는 총 9명(말라리아 2명, 뎅기열 6명, 일본뇌염 1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남지역은 16명(말라리아 12명, 뎅기열 4명)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모기가 활동하는 기온은 15~30도다.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겼던 지난 7·8월에는 모기의 활동이 지난해보다 주춤했다. 모기는 낮 평균 기온이 13도 이하로 내려가야 활동을 멈추고 월동에 들어간다. 10월 광주·전남지역 일 최고 기온이 20도 이상을 웃돌면서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모기가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10월 초반 기온이 높았고 웅덩이가 발생할 정도의 강우량을 보여 모기 발생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 기후로 인해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모기는 각종 감염병을 매개할 수 있으므로 야외 활동 시 기피제를 사용하고, 실내에서는 방충망을 점검하는 등 모기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