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국제경기가 열린 광주월드컵경기장이 단 한 경기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홈 경기 자격을 박탈당한 것을 두고 관리 주체인 광주시체육회의 안일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7월 대형 콘서트 개최 이후 잔디 상태에 대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경고에도 대책 마련은커녕 뒤늦은 대처로 혈세만 축내게 됐다는 지적이다.

23일 시체육회와 광주FC 등에 따르면 시체육회는 지난 9월과 이달 14~19일 1억원을 투입해 서구 풍암동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1,900㎡의 롤 잔디 보식 작업을 진행했다. AFC가 경기장 잔디 상태를 살핀 뒤 국제경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AFC는 지난달 17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경기 이후 같은 달 20일 ‘경기장 잔디 상태가 불량하니 대체 구장을 찾으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광주FC는 지난달 23일부터 목포와 영광, 순천, 전북 등 구장을 물색했으나 관중석과 조명, 잔디 등 국제경기 기준에 맞는 경기장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광주FC는 22일 광주시에서 268㎞ 떨어진 경기도 용인의 용인미르스타디움을 홈경기장으로 삼아 조호르 FC를 상대해야 했다. 훈련구장은 수원월드컵경기장보조경기장이었다.

시체육회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수 있도록 잔디 복구 계획 등을 담은 답변을 지난달 26일 AFC측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FC의 잔디 상태에 따른 경고는 이미 지난 7월 한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체육회는 AFC의 경고에 이상기온에 따른 문제라고 자체 판단, 영양제 살포, 배토 작업, 통펀치 작업 등으로 복구했다.

그러나 결국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경기가 치러지기 직전 420㎡ 부분에만 롤 보식을 진행했다. 해당 부분은 지난 7월 초 진행한 대형 콘서트 무대가 설치된 곳이다.

일부 보식에도 잔디 복구엔 역부족이었고, 그제야 한국잔디연구소 잔디 전문가 진단을 받아 후속 조치를 취했다.

후속 대책 마련 등 구체적인 대책 없이 자체적인 판단에만 의존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뒤늦은 대처로 인한 추가적인 예산 낭비도 문제다. 우선 용인 원정 경기로 인해 용인 미르스타디움 시설 사용료로 9,300여만원이 소요됐다. 또 선수 현지 체재비 2만 4,000여만원, 시설 조성비 1,800여만원, 원정 버스지원비 등 1,000여만원, 임직원 체재비·일반운영비 500여만원 등 약 1억 5,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롤 잔디 보식 이외에도 잔디 손상이 심각해 추가적인 코어 보식이 진행되고 있으며, 각종 잔디 관리 작업으로 1억원 이상이 소요됐다.

AFC 규정상 다음 달 8일에 있을 실사 관련 비용도 광주FC가 부담하게 되면서 예산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예정이다.

시체육회가 제대로된 대책 마련 없이 5억원의 대관료를 받고 대형 콘서트를 강행하면서 애꿎은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7~8월 당시 상황에서 현 잔디를 보존하고 예산을 아끼기 위해 추가 보식 없이 진행한 것이며, 폭염이 지속되는 등 기온의 문제도 컸다”며 “아직 경기장에 빈 공간이 많아 추가 보식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실사단으로부터 확실하게 검증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