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소설가 문순태 작가(84·사진) 신간 문학들 시인선 031 ‘타오르는 영산강’(문학들)에 수록된 ‘영산강을 따라 걷다’ 일부분이다.
타오르는 강 문학관은 지난 4일 나주 영산포에 개관했다. ‘타오르는 강’은 문 작가의 대표 대하소설이다.1886년 노비세습제 폐지부터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까지 영산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민초들의 삶을 형상화했다. 나주시는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동명의 문학관을 조성했다.
문 작가는 ‘타오르는 강 문학관’ 개관을 기념해 네 번 째 시집 ‘타오르는 영산강’을 냈다.
시집은 △ 제1부 영산강에 와서 △ 제2부 홍어 △ 제3부 시간의 끝에서 △ 제4부 5월의 그대로 구성, 총 97편의 시를 수록했다.
1부에는 소설 ‘타오르는 강’을 쓸 당시 느꼈던 시상을 정리한 것과 지난 봄 나주 영산포로 이사 온 후 영산강을 보고 떠오른 영감을 쓴 시다. 2부는 세 번째 시집 ‘홍어’ 이후 홍어를 주제로 쓴 시를, 3부는 문작가가 자신의 삶의 흔적을 회고하면서 느낀 것, 4부는 젊었을 때 써둔 연시를 모았다.
담양 생오지에서 영산포로 거처를 옮긴 문 작가는 작품의 주체가 됐던 영산강을 통해 시적 영감을 받고 있다.
“무등산이 나의 생태적 고향이라면 영산강은 내 졸작 소설 ‘타오르는 강’의 고향입니다. 작품의 고향을 따라 영산강으로 옮겨 온 셈인데, 생명력이 넘치는 영산강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고 있지요,”
문 작가는 종일 영산강을 바라보기도 강변을 거닐면서, 강의 흐름을 통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은 높고 낮음이 없는 수평세상을 이루고 높은 곳보다 낮은 세상을 지향하고 비어 있는 것을 가득 채우는 속성을 지니고 있지요. 새벽에 일어나 영산강물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합니다. 거대한 생명체인 영산강은 날씨와 바람에 따라 수시로 빛깔과 소리와 흐름의 속도가 달라지거든요. 영산강의 흐름을 따라 마지막 길을 걷고 싶어요. 인생의 정리가 아닌 인생의 완성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해요.”
문 작가에게 영산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다. 영산강은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다.
“영산강은 마지막 내 삶에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줬습니다. 오래전 읽었던 팀 보울러 소설 ‘리버 보이’에서 손녀 제시가 만난 소년이 된 기분이기도 하죠. 죽음을 앞두고 고향에 있는 강의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할아버지를 따라 온 손녀는 신비한 한 소년을 만나는데, 그 소년은 바로 과거의 할아버지였죠. 나도 영산강에 온 후부터 소설 속 할아버지 처럼 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들어요.”
한편 문 작가는 1939년 담양에서 태어나 1959년 ‘농촌중보’ 신춘문예에 소설 소나기 당선, 1965년 ‘현대문학’에 시 천재들 추천,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소설 백제의 미소 당선으로 등단했다.
주요 소설집으로 ‘고향으로 가는 바람’ ‘철쭉제’등이 있고, 장편소설로 ‘걸어서 하늘까지’ ‘41년생 소년’ 대하소설로 ‘타오르는 강’(전9권), 시집으로 ‘생오지에 누워’‘홍어’ 등이 있다.
이나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