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말모양 뿔잔.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삼국시대에는 다양한 동물이나 사물을 본떠 만든 상형토기나 아이가 장난스레 빚어놓은 것 같은 흙인형 토우가 얹어진 토기들이 유행했다.

말 형상의 토기, 수레바퀴 모양의 토기, 새·말·뱀 모양의 토기 등을 본뜬 상형토기와 토우는 주로 신라와 가야 무덤에서 출토되고 있다.

시공을 초월한 사람들의 영원불멸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투영돼 있는 다양한 토기와 토우는단순한 의례 용품을 넘어 죽음 이후에도 편안한 삶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원이 담겨 있다.

12일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은 신라·가야의 토기에 나타난 고대 장송의례를 다루는 전시로 국보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품을 포함, 성형토기와 토우 246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물·사물을 본 떠 만든 상형토기, 일제 강점기에 수습된 경주 계림로 출토 토우장식 항아리(국보)와 함께 호남지역에서 새롭게 찾은 해남 읍호리 고분군 출토 부뚜막 모양 토기,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말모양 뿔잔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담당한 노형신 학예연구사는 11일 국립광주박물관 전시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언론 공개회에서 “고대인들이 죽음으로 인한 이별과 그에 따른 고통을 어떻게 치유했는지를 토우와 상형토기에서 실마리를 찾았다”며 “무덤 속에 넣었던 이 그릇에는 죽음 이후에도 평안함 삶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옛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대의 내세관과 장례를 이해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했던 특별전의 두 번째 순회전시인 이번 전시는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삶을 고대 무덤속에 넣은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통해 조명한다.

전시 주제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에 맞춘 특별전은 크게 2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 상형토기’는 사 사람,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상형토기를 통해 친숙하면서도 상서로움과 권위 등을 상징하는 토기들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2부 ‘헤어짐의 이야기, 토우장식 토기’에서는 노동하는 모습들, 사슴·개·말을 탄 사람, 사냥하는 모습, 장송 의례를 치르거나 행진하는 모습 등 고대인들의 일상생활이 생생하게 담긴 토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의 대미는 경주 미추왕릉지구 계림로 30호 무덤 등에서 나온 토우장식 긴목항아리가 장식한다.

토기 목에 붙은 토우들은 모두 세 개의 이야기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구성한다.

첫 번째는 남자와 새, 두번째는 남녀의 성적인 교합 장면과 새·물고기·육상동물, 세 번째는 현악기를 연주하는 여자와 새, 거북이 등이다.

인물과 장면마다 동물 구성이 달라지는 토우 도상들은 재생과 탄생, 생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풀어낸다.

특별전 연계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토우야 반가워’는 초등학생 가족 대상 교육으로 전시에 대한 맞춤형 교육과 함께 천연점토로 나만의 토우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학습을 병행한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전시 담당 학예연구사가 직접 전시를 소개해 전시품 뒤에 숨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은 토우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전시의 이해를 돕도록 미디어를 접목시켜 전시했다. 또한, 디지털 점자 정보 검색과 촉각 체험물을 설치해 누구나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12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길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