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리학의 대가인 파라셀수스는 ‘모든 약물은 독이고, 용량이 문제일 뿐 독성이 없는 약물은 없다’며 약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약물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의료(약화)사고로 연결되기도 하고, 건강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일반인의 약에 대한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
약은 먹으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약은 투여한 경로와 흡수, 분포, 대사 및 배설되는 속도에 따라 혈중농도와 혈중농도의 지속시간이 달라진다. 정맥 내 주사한 경우 주사하는 동안에 효과가 나타나는 정맥 마취제도 있다. 일반적으로 반감기(혈중농도가 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 간격으로 5~6회 투여하면 일정한 혈중농도가 유지된다.
우울증 치료제 등은 대부분 2~3주 지나서야 효과가 나타난다. 우울증이 심할 때보다도 우울증이 좋아지는 시점에 기분이 복잡해지면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긴장을 늦추지 말고 예의 주시해야 한다. 사계절 중 봄인 5월에 자살률이 오히려 높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도 한다. 일조량이 많아지면서 세로토닌이 증가해 기분이 회복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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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끊으면 약효가 바로 없어진다. 아스피린처럼 비가역적으로 효소를 억제하는 약은 약을 끊고도 10~14일이 지나야 약효가 감소해, 발치 및 수술할 때 약물 복용을 2주 동안 중단해야 한다. 일부 고혈압 치료제(알파2 효능제인 클로니딘, 베타 차단제, 혈관 확장제인 미녹시딜)는 갑자기 투약을 중단하면 오히려 혈압이 상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의 효과는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약물의 효과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음식과 성별, 체중, 나이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약물도 있다. 간에서 대사되는 약물은 간 기능에 따라, 신장으로 배설되는 약물은 신장 기능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 가짜 약물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효과가 증가하는 위약(플라시보) 효과도 있지만, 의사 또는 약물을 불신하면 오히려 부작용 등 부정적인(노시보)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신과 약물과 발기부전 치료제 등이 심리적 인자에 특히 영향을 받는다.
같은 병이면 약도 비슷하므로 대체해도 된다. 하지만 개인 차이가 많은 약을 대체해서 복용하면 안 된다. 성분과 용량이 같다고 하더라도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고 증명되지 않았다면 대체 복용을 해서는 안 된다. 뇌전증인 소발작과 대발작에 투여하는 약물을 잘못 처방하거나 잘못 복용하면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병이 악화되기까지 한다.
성분이 같으면 같은 약이지만 제조사와 제형에 따라 약효가 다를 수 있다. 장용제는 씹거나 가루로 먹으면 안 되고, 인슐린 주사제는 먹으면 효과가 없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삼키면 안 되고 혀 밑으로 투여해야 한다. 근육주사도 정맥으로 투여하면 안 되는 제형이 있다.
최철희 조선대 의대 약리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