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교육청이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전남글로텍고등학교’ 사업이 일부 학교에만 예산이 편중돼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특정 학교에만 예산을 집중 투자하는 정책은 직업계고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교육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에 따르면 전남글로텍학교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행복을 그리는 The-큰 우리’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지역 전략산업에 걸맞은 특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직업계고등학교다.

전남글로텍학교는 산업현장 직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으뜸고등학교’와 직업계고 간 팀을 이뤄 고숙련 기술인재를 키우는 ‘상생고등학교’로 추진되며, 두 학교는 학생들이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융·복합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획기적 교육환경을 갖추게 된다.

도교육청은 당초 각각 3개교씩 공모를 통해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총 6개교에서 3개교로 축소했고, 오는 22일까지 희망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2~3월 신청서를 제출받은 뒤 이듬해 4월 최종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를 통해 지정된 3개교는 5년간 40억원씩 지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과거 전남 50개 공립 일반고 중 15개를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해 추가 예산과 특별 혜택을 제공했던 특권교육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 직업계고 45개교 중 3개 학교에만 5년간 12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특권교육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특정 학교에만 집중된 지원은 교육의 형평성을 훼손하고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전남지부는 “현재 전남의 직업계고는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학생 모집의 어려움과 시설·예산 부족이 겹치며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직업계고는 지역사회의 중요한 인재 양성 기관이자, 실무형 인재를 배출하는 핵심 축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 직업계고의 혁신과 발전을 원한다면 전남의 45개 모든 직업계고를 전남글로텍고등학교로 지정해 각 학교가 학생과 지역 여건에 맞게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며 “수백억원을 들여 단 5일간 진행되는 이벤트성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 같은 행사를 축소하거나 폐지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은 다수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불공정한 정책으로, 교육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도교육청은 자본 논리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학교 현장의 실태를 깊이 이해하고, 학생과 지역사회를 위한 가치 중심의 정책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한계로 내년에는 3개교, 다음 해에는 3개교를 추가 선정해 진행할 예정이며, 정주형 직업교육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며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으뜸고와 상생고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으며, 상생고에 관심을 가지는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학교간 연합이 모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