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 중인 ‘공상의 방’ 조성사업이 북구의회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관련 조례에 근거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으로, 의회와의 갈등 속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된 해당 예산안이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북구와 북구의회에 따르면 이날 북구의회에서 열린 제299회 제2차 정례회에서 기대서·전미용 의원은 ‘공상의 방’ 조성사업 관련 긴급 현안질문을 통해 절차적 문제 등을 지적했다.

기 의원은 “‘공상의 방’ 조성사업은 집행부에서 의회와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지난달 회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위원회라든가 북구의회와 논의가 없었고, 즉흥적인 사업이다”고 주장했다.

‘공상의 방’ 조성사업은 북구 중흥도서관 1층 꿈나눔터에 ‘공상의 시간’을 공간으로 재현해 문학의 깊이와 예술적 상상력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조성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총 1억 8,000만원으로, 사업 기간은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다.

당초 북구는 한강 작가가 다녔던 효동초등학교의 공간을 활용해 ‘공상의 방’을 조성하려 했으나, 과밀학급인지라 유휴공간이 부족해 중흥도서관으로 장소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기 의원은 “지금 조성하고자 하는 공간은 너무 현대적이고, 한강 작가가 주로 추억의 장소로 언급한 곳은 마당인데 이 공간에 조성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방식이다”며 “실시설계 용역도 사전에 보고 하지 않고 행정절차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일자 내부 방침에는 사업 기간이 내년 1월까지로 명시돼 있었지만 갑자기 연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계획을 급선회했다”며 “이는 다음 달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 수상식에 맞춰 공사 기간을 앞당기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공상의 방’ 조성사업에 대해 내실은 전혀 기하지 않는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7일 3차 추경 예산안이 아직 의회에 제출되기 전 자문위원회를 급하게 구성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위원회 조례에 따른 설치 절차도 무시하고 의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행위는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상의 방 색깔이 아직 분명치 않고 사업의 방향성도 확실하지 않아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며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처음 계획한 대로 효동초 내 한강 작가 기념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북구는 앞서 지난 8일 제3회 추경예산안에 1억 8,000만원이 포함된 ‘공상의 방’ 조성 사업 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경제복지위원회는 20일 ‘공상의 방’ 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이지만, 경복위 소속 7명 의원 중 2명이 긴급 현안질문을 통해 절차적 문제 등을 강하게 비판한 만큼 다른 의원들의 결정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즉, 심사 과정에서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공상의 방’ 예산안은 부결돼 내년 1회 추경에 다시 편성해야 한다.

북구 관계자는 “공상의 방 자문위원회의 경우 관련 조례에 따라 구성한 것은 아니고, 내부 계획을 세우기 위한 한시적인 위원회 성격이었다”며 “지난 8일 의뢰한 실시설계 용역은 원점에서 다시 절차를 밟기 위해 철회했고, 의회와 충분한 논의와 소통을 거쳐 공상의 방 조성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