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영세 사업자들의 부담을 키워 폐업을 부추길 뿐더러 고용의 질 하락까지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27일 통계청과 지역 자영업계 등에 따르면 여당은 최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고용·플랫폼종사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약자지원법(기댈언덕법)을 발의키로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범위가 확장된다면 이곳도 주 52시간 근로 제한,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무 규정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의 반대가 크다. 근로기준법의 원래 취지인 근로자 보호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기준 광주 소재 5인 미만 사업체 수 는 약 14만 9,314개로 추산된다. 전체 사업체(17만 894개)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87.3%에 달한다.

법 시행 시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편의점·PC방 등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으로 예상된다.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인 편의점은 야간 근로자에게 야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데,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1.5배 수준의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화정동의 한 편의점 업주 송 모씨(50)는 “인건비가 너무 올라 아르바이트생 보다도 버는 돈이 적었다.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무인 영업과 직접 근무하면서 허덕이고 있는데 야간 수당을 지급하라 하면 차라리 폐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의 질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인화·전자거래 활성화 등 산업구조 변화에 감소세인 서비스 분야 취업 시장을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광주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인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1만 2,000명 줄었다. 이 분야는 올해 1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직업별로 여기에 해당하는 서비스·판매종사자는 2만명, 무려 10.5%가 감소했다.

게다가 전일제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나 근무 환경 등이 열악한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와 주 15시간도 일하지 않는 ‘초단시간 일자리’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55)는 “음식점은 대부분 영업이 생존과 직결된 영세 자영업자들일텐데 폐업이 속출할 만큼 어려운 현 상황에서 짐을 더 늘리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업주들 사이에서도 테이블을 줄이거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앞으로 고용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시지회 윤상현 부장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근로자 보호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로 입은 피해 회복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불경기도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특히 인사·회계 등 1인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소규모 사업장은 고의가 아닌 한 번의 실수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일부 구직자는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 현장 상황에 맞도록 법개정이 이뤄지고 단계적으로 천천히 적용하는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