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 좀 찾아주세요. 치매가 있는데 물건을 결제하는 사이 사라졌습니다.”

27일 오전 10시께 남광주시장 푸른길 공원.

남광주시장 푸른길 방문자센터에 있는 동구치매안심센터 종합상황실에 한 가족의 실종신고가 접수됐고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실종자의 인상착의와 실종 추정 시간이 표출됐다.

신고자는 센터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전 9시 50분께 어머니와 함께 남광주시장에 방문했고, 물건을 계산하는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158㎝에 마른 체격이고, 겨울 고무털신과 꽃무늬 조끼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치매 노인 실종신고를 접수한 동구치매안심센터 종합상황실은 신고자의 설명에 따라 ‘11월 27일 오전 10시경 남광주시장 내 치매 노인 실종 발생’, ‘장선미씨(78·여) 158㎝·49㎏, 마른 체격, 검은색 겨울 고무털신, 꽃무늬 조끼와 바지, 흰색 마스크, 배회 인식표 부착함’, ‘근처에 배회 중인 장선미씨 발견 시 실종 모의훈련 상황실로 연락 바랍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30명의 치매 안심위원에게 발송했다.

이날 훈련은 치매 어르신이 길을 잃고 배회하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안심위원 30명은 실종 어르신을 찾기 위해 푸른길 공원 곳곳 수색에 나섰다.

위원들은 시장 내 상인들에게 스마트폰에 공유된 사진을 보여주며 ‘이러한 모습의 노인을 보신 적 있느냐’, ‘혹시 발견하면 동구치매안심센터로 연락 바란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훈련에 참여한 남광주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호루라기를 불며 “치매 노인을 찾습니다”라고 외쳐 실종자가 있음을 알렸다.

한 위원은 시장 구석에 앉아있는 노인을 발견, ‘혼자 오셨냐’ ,‘어디 아픈 곳이 있느냐’, ‘어디를 가던 중이었냐’고 물으며 실종 어르신 여부를 확인했다. 이 노인은 인근 안과에 가기 위해 시장을 지나던 중 다리에 힘이 풀려 앉아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모의훈련에 참여한 가상의 치매 노인은 아니었다.

문자 발송 이후 20분 만에 남광주시장 내부 한 건어물 가게 앞에서 치매 어르신 장선미씨가 발견됐다. 어르신을 발견한 안심위원 김모씨(56·여)는 곧바로 건강 이상 유무를 살핀 뒤 방문자센터에 임시로 마련된 종합상황실로 안내했다.

실종자 1명을 찾았지만, 종합상황실은 더욱 분주해졌다. 이번 훈련에서 실종자는 2명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한명은 스마트태그를 착용하고, 다른 한명은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발견된 실종자는 스마트태그 착용자였다.

30명의 안심 위원과 파출소 경찰들이 시장과 공원 일대를 수색했지만 끝내 스마트태그를 착용하지 않은 치매 어르신은 찾지 못했다.

종합상황실은 수색 시작 1시간 후인 오전 11시께 ‘실종 치매 노인 2명 중 1명만 발견했습니다. 모의훈련을 종료합니다’라는 문자 발송으로 훈련을 마쳤다.

스마트태그는 치매 노인의 위치를 보호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실종 시 신속한 발견과 안전한 가정 복귀를 돕는 데 유용하다.

기존 손목형 배회감지기와는 달리, 스마트태그는 가격이 저렴하고 약 1년간 충전이 불필요하며, 치매 어르신이 자주 착용하는 옷이나 신발에 부착하는 형태로 분실 위험성을 보완했다.

이날 실종자 역할을 한 이정선씨(66·여·산수2동)는 “실종자 역할을 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길을 잃었을 때 누가 나를 찾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싶어 겁이 났다”며 “늙고 힘없는 사람들은 정말 위험하다. 스마트태그를 통해 빨리 찾을 수 있으니 꼭 갖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학서파출소 박원철 경위는 “치매 어르신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일차적으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활용하고, 경찰 상황실과 연계해 신속하게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훈련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치매 어르신 실종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구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치매 어르신 실종 예방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