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투입된 정부 선투자금 회수를 두고 여야가 극심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타 국제행사에 영향을 주는 등 ‘좋지 않은 선례’와 특혜를 이유로 회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자체 재정 악화와 박람회장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는 지난 19일 해양수산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올라온 여수세계박람회 정부 선투자금 3,658억원에 대해 심의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세수 부족분 충당을 위해 여수박람회장을 인수한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박람회 개최 후 미상환된 정부 선투자금 3,658억원의 일시상환을 통보했다.

이에 해수부는 여수광양항만공사로부터 회수할 3,658억원을 세입 예산으로 회수를, 민주당 주철현 의원(여수갑)은 세입 예산을 삭감하는 의견을 냈다.

정부와 여당은 선투자금 회수를 철회하면 선례로 남아 다른 지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해수부 송명달 차관은 “2023년말 기준으로 여수광양항만공사 부채 비율이 42.1%로 부산항만공사·인천항만공사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박람회장 개발을 위해 승계받은 박람회장 부지의 가치가 상환 금액의 2배 이상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송 차관은 “이게 선례가 되면 앞으로 이런 국제행사를 일단 치르고 나서 계속적으로 정부의, 국가의 재정 부담으로 남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에 이어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2025년까지 상환을 해야 다음에 또 다른 지자체의 어떤 국제행사가 있을 때 정부가 선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좀 더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정부 안대로 이 부분은 2025년에 상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부산항만공사의 부채비율이 96.5%이고, 여수광양항만공사는 42.1%이다. 재정여건이 양호한 것 같다”며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너무 큰 특혜를 주는 것 아닌가 해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며 회수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회수보다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윤준병 의원은 “정부가 행사를 하고, 그 시설을 인수받도록 하면 인수받은 자산이 실제 기관에 기여하냐, 못 하냐가 중요하다”며 “정부에서 행사를 한 이후 자산들을 다른 기관에 이관해 놓고 실제 거기서 나오고 있는 손실은 그 기관에서 인수하라 하는 것은 정부가 무책임한 행위다”고 주장했다.

허영 의원은 “세수 결손 문제로 지방재정에 대한 결손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부분들은 적합하지 않다”며 “이 부분들은 삭감해서 어느 정도 선투자금 상환에 대한 재정적 여력이 확보될 때까지 유예해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예결위원인 주철현 의원은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재정 여건상 정부 선투자금 상환을 하게 되면 박람회장 활성화 지연이 우려되고 선투자금 상환을 위한 공사의 채권 발행으로 이자 비용도 발생한다”며 회수 반대를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 선투자금 회수를 두고 여야가 극심한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예산소위는 결국 이 문제에 대해 ‘보류’를 결정, 예결위 전체회의로 ‘공’을 넘겼다.

한편,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내년 12월 완료를 목표로 여수박람회장 사후활용 마스터플랜 용역을 추진중이다. 예산은 여수광양항만공사 10억, 전남도·여수시 각 5억, 국비 10억 등 총 30억 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가 내년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 용역 추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