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투입된 경찰·소방 공무원 등 재난 업무 종사자들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색·조사 당국에 따르면 사고 후 이날까지 8일간 투입한 누적 인원은 소방 3,093명, 의용소방대 440명, 경찰 3,682명, 해경 54명, 군 2,069명, 전남도청·국토교통부 등 공무원 2,708명, 유관기관 1,248명 등 모두 1만2,874명에 달한다.

이들 중 사고 수습 등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소방 공무원 중 약 40명은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심리 치료 의사를 내비쳤다.

이들은 사고 수습을 마무리하는 대로 고용노동부 작업 트라우마센터 등에서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전남소방본부 소속 한 구급대원은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계속 보다 보니 공항에 계속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우울감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지역 한 소방 공무원도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많은 시신을 봐왔고 많은 현장을 마주했지만, 이번 참사는 유독 더 잔상이 계속 남는 느낌이다”며 “괜히 우울한 감정이 들거나 사고 현장과 시신 잔상이 운전하다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어 좀 놀랐다”고 토로했다.

현장 트라우마센터에 파견된 한 정신과 전문의는 “유족들 외에도 현장 사고 수습을 돕거나 유족들을 옆에서 관리하는 공무원들도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족만큼이나 재난 현장 업무 담당자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위험한 수준이다.

실제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군·경찰·소방 등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 5명 중 1명은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이들의 정신건강도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경찰청과 소방청 등은 자체적으로 재난 대응 근로자를 위한 상담 차량을 공항에 급파했다.

또 정부 기관의 트라우마센터는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뿐 아니라 재난 대응 업무를 맡은 이들의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공항에 파견된 정신과 전문의는 “트라우마 대상자는 5차로 나뉘는데 2차 대상자인 유족과 더불어 이들을 구조하거나 옆에서 상황을 계속 지켜보는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들은 3차 대상자에 속하는 만큼 이들의 트라우마 관리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