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방하고 모욕한 온라인 게시물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법률지원단도 가짜유족 등으로 명예를 훼손한 이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 법적 조치에 나섰다.

5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4일 오후 5시 기준 참사 희생자 및 유가족에 대한 악성 게시글 99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도 전날 참사 유가족에 대한 모욕성 글을 게시한 3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자택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유가족 보상에 대한 비방성 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추가 범행 여부 등에 대해 조사 후 신병처리를 검토할 예정이며, 희생자·유가족을 조롱하거나 음해하는 게시글 262건을 삭제·차단 조치했다.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현재 8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이중 5건은 영장이 집행됐다. 나머지 3건은 법원의 영장 발부를 기다리고 있다.

또 희생자·유가족을 비하하는 게시글에 대해 무안국제공항 현장에서 즉시 신고가 가능하도록 ‘현장 신고센터’를 설치했고, 사고 당일부터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악성 글 게시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유가족 대표단과 면담을 통해 모욕 글 작성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유가족 대표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첫 형사 고소를 제기한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번 참사로 남동생을 잃었고, 유족 대표로 활동 중이다. 온라인 상에서 박 대표를 ‘가짜 유족’, ‘민주당 권리 당원’ 등으로 지칭하며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이 확산했다.

박 대표와 변호사들은 “항공기 사고로 희생된 분들과 유족에 대한 모욕과 비하를 멈춰달라”며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피해자들을 대리해 고소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인의 책임이 없는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인 유족을 비난하는 것은 유족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다”며 “우리 사회가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최소한의 추모와 애도가 실종되고, 오히려 유족을 모욕하고 비하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한 심정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회적 참사가 사회의 문제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개인의 슬픔으로 치환돼 유족들을 고립시키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악의적 비난과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형사 고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최환준 기자